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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공무원 선호’ 국가적 인력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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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제 자원봉사 일을 하다 보니 외국인을 자주 만나고 그들과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 신기한 것은 한국을 어느 정도 알거나 한국에서 오래 체류했다는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점이다. “왜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무원이 되려고 그렇게 안달인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2~3년씩 공부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청년이 수십만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각자의 적성과 자질이 다를진대 이를 무시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공무원이 되려고 ‘무한경쟁’에 빠져 있으니 나 역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물론 앞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을 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많고 뽑는 인원은 적으니 합격에 필요한 공부 기간은 매년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사회 진출 연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늦은 것이 무리가 아니다.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 인재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밀실에 갇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겠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

얼마 안 있으면 우리는 제17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다음 대통령은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공무원 사회를 개혁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놀고 먹어도 평생 봉급 받을 수 있는,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세와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직장’이 되게끔 해줬으면 한다. 우리 젊은 세대들도 국내에서 편하고 안정된 일만 하려 하지 말고 눈을 돌려 세계인을 상대로 세계 속에서 포부를 펼치는 모험가가 돼 보면 어떨까 한다.

안상현 21세기국제평화봉사단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