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걷는 동물 없다? 있다!

해리포터 속 전설의 뱀 바실리스크(Basilisk)

<해리포터> 시리즈가 드디어 완결되었습니다. 허탈하셨나요? 어른 아이 구별할 것 없이 해리포터, 헤르미온느, 론과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에 푹 빠져 지내는 동안 행복하셨다면 그 행복감만큼이나 허탈함도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해리포터>가 이 무겁고 고단한 현실을 한층 더 수월하게 견디는 힘을 뿜어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 이제 그럼 <해리포터>를 복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열광하면서 볼 당시에는 스토리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재미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이를 테면, 도마뱀 바실리스크가 그렇습니다. 징그럽다고요? 아니, 신기하고 흥미진진할 겁니다.

해리포터가 바실리스크를 어떻게 물리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실 듯 하여, 한 대목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헤르미온느의 똑 부러지는 영국식 발음을 떠올리며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바실리스크보다 이상하고 끔찍한 것은 없다.
* 이 뱀은 두꺼비 품에서 부화된 닭의 알에서 태어났는데 크기가 엄청나게 크며 수백 년은
묵었을 것이다.
* 바실리스크는 독이 있는 치명적인 송곳니 외에도 눈초리가 매서워 그 눈을 바라보는 사
람은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된다.
* 바실리스크가 수탉의 울음소리만 들으면 도망치는 것은 그것이 바실리스크에게 치명적이
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中에서>-

영화 속에서 바실리스크는 아나콘다 보다 더 거대한 몸집으로 등장했습니다. 온통 초록색으로 번쩍이는 바실리스크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노랗고 커다란 눈동자입니다. 바실리스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 자리에서 즉시 죽음을 맞이하고 거울이나 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면 굳어버립니다. 우리의 해리포터는 ‘불사조 퍽스’의 도움을 받아 바실리스의 눈을 뽑고 ‘고드릭 그리핀도르의 검’으로 바실리스크를 찔러 죽이지요. 영화 속 바실리스크는 ‘전설의 뱀’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메스가 들고 다니던 지팡이에는 본래 바실리스크 모양의 두 마리의 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두 마리의 뱀 대신 바실리스크가 꼬여있는 형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출처. 바닐라 펫

현재에도 존재한다. 바실리스크 도마뱀(Basilisk Lizard)

당연히 ‘상상 속의 괴물’이려니 했지만 바실리스크는 실존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중앙아메리카 콜로라도 주변이 주요 서식지라네요.

<해리포터>에서처럼 아나콘다보다 더 큰 몸집으로 쳐다보기만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괴물은 아닙니다. 그런데 매우 특별한 동물이긴 합니다. 실제 바실리스크에게는 ‘사람 죽이는 눈’ 대신 ‘물 위를 걷는 발’이 있다고 합니다. 바실리스크가 물위를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우스꽝스러운 팔자걸음으로 냅따 줄행랑을 치는 사람의 뒷모습 같거든요. 사실 바실리스크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는 것입니다.
바실리스크는 어린 시절에는 호수나 연못을 건너기 위해 재빨리 걷지만 다 큰 후에는 놀라거나 위급한 상황일 때만 물 위를 걷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바실리스크가 물 위를 걷는 원리는 빠른 발놀림과 중력에 있습니다. 1초에 20번이나 발을 움직여 순간적으로 수면에 찰싹 부딪히면 그 순간에 ‘중력’에 저항하는 반발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긴 발가락과 발의 힘을 이용해 물을 힘껏 걷어찹니다. 이때 발은 살짝 물속에 빠지지만 발이 물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깊은 구멍 모양의 공기주머니’가 생겨서 그 위에 아주 잠깐 서 있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계속해서 발만 물에 빠지고 몸은 빠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얘기를 듣다보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인간으로서는 결코 흉내 낼 수조차 없는 행동이지요. 80kg 무게의 사람의 경우, 초속 30m, 즉 시속 1백km로 달려야 하고 보통 사람의 근육이 내는 힘보다 15배 더 강한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합니다.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성경 속 예수가 물위를 걷는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바실리스크는‘예수 도마뱀(Jesus Christ Lizard)’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tip> 바실리스크에 대해서 더 알고싶으신 분은 클릭하세요!
http://animals.nationalgeographic.com/animals/reptiles/green-basilisk-lizard.html
http://www.youtube.com/watch?v=Qhsxo7vY8ac

객원기자 장치선 chrity19@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