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방 CEO 올림픽’ 참석한 파리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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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세계적 수준에서 경쟁하려면 먼저 독창적인 차별성을 갖춰야 합니다.”

 29일 제주도에서 개막된 ‘세계자치단체연합(UCLG)’ 2차 총회에 참석한 베르트랑 들라노에(사진) 파리시장은 “도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들라노에 시장은 UCLG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31일까지 서귀포 중문단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총회는 95개국 1000여 도시의 시장 또는 부시장과 41개국 NGO 대표자 500여 명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래서 이 총회를 ‘도시 올림픽’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음은 들라노에 시장과의 일문일답.

 -세계의 도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시장을 향해 도전하는 도시가 갖추어야 할 점은.

 “어떤 도시건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안 된다. 아이덴티티를 갖고 경쟁에 임해야 한다. 경제적이든, 문화적이든 세계적 수준에서 경쟁하려면 독창적이지 않곤 곤란하다. 세계화 수준에서 창조성을 갖춘 도전이어야 한다. 모든 도시가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경쟁력은 일단 확보했다고 본다.”

 -파리가 세계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다국적 기업의 유치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투자기업을 위해 파리의 대기 문제와 학교·교통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 파리는 ‘문화의 도시’다. 품격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개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광통신망 등 인프라 시설 구축에 주력,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파리 도심 재개발 사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현재 파리시 면적의 10%에 이르는 지역이 재개발 중이다. 내년 초면 센강변에 패션·디자인 단지 조성이 끝나 문을 연다. 지하철만 운행하던 파리에 현대풍의 지상철이 1년 전부터 운행 중이다. 고풍스러운 건축물에 안주하지 않고, 도심 곳곳에 현대적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한 리모델링이다.”

 -UCLG가 구상하는 지구촌 지방정부의 미래는 무엇인가.

 “3년 만에 세계 95개국 1000여 개 도시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더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지구촌 사회에서 도시·지역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살고 있다. 일상생활이 도시에서 이뤄지는 만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다루지 못하는 인간의 삶 그 자체에 대한 역할이 커질 것이다.”

 UCLG 제주총회는 31일까지 릴레이 회의를 열고 ▶기후 변화에 따른 지역 교류 ▶평화연대 ▶지방정부 혁신 등에 관한 협력을 확인하는 ‘제주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2001년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좌파인 사회당 소속으론 처음으로 파리시장에 당선됐다. 1950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튀니지 태생. 72년 정치에 입문해 77년부터 파리 시의원을 맡았다. 81년부터 86년까지 하원의원을 지냈다. 그 후 정계를 떠나 홍보회사를 운영하다가 93년 정치에 복귀했다. 95년 상원의원이 됐고, 시장이 된 뒤 ‘시대를 바꾸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자전거 거리 환경 조성, 탁아소 증설 등 생활 밀착형 현안을 해결하고 있다. 99년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석상에서 밝히면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주장, 지식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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