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아시아의고동>2.수비크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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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비크처럼 공항과 항구를 동시에 갖추고도 개발여지가 많은 곳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臺灣 정부 대표기관인 마닐라주재 대만경제문화사무소의 류포룬(劉伯倫)대표는 수비크의 충실한 인프라를 이처럼 강조한다.
『동남아 어느 곳이나 항공편으로 3~4시간이면 갈 수 있지요.앞으로 수비크는 동남아 최대의 자유항이 될 것입니다.』 류대표의 말처럼 수비크의 인프라는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전력.용수.항만.공항등 분야마다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는 물론 미군 철수와 함께 고스란히 넘겨받은 것들이고 필리핀측은 이같은 시설의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미군당국이 지난47년 주둔한 이래 만들어 놓은 수비크의 인프라는 80억달러에 상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비크灣관리청(SBMA)역시 외국 투자업체나 취재진에「완벽한인프라」를 무엇보다 내세운다.
수비크의 가장 큰 장점인 항만의 경우 미군이 사용하던 부두 시설은 20여곳을 헤아린다.
지금은 공단지역이 된 대형 창고건물에서 이동식 컨테이너 부두까지의 거리는 1백m 정도에 불과하다.수심도 20m 가까이 된다.당장은 개발대상이 아닌 南中國海쪽의 한 부두는 수심 30m가 넘는다고 SBMA의 페르난데스씨는 자랑한다.用水도 하루공급량이 1천1백50만갤런에 이른다.절반이상이 땅에 묻힌 68개의석유저장탱크는 필리핀 전체가 2주동안 쓸수있는 2백40만배럴을저장할 수 있다.
灣 바깥,南中國海쪽의 큐비포인트 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2천7백44m로 대형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없다.
미군이 사용하던 중앙냉방식 장교용 숙소도 콘도로 고쳐 이미 관광객과 투자자들에게 개방돼 있다.호텔도 3곳(객실 1천개)이영업중이다.
수비크에 6백만달러를 투자해 리조트호텔과 카지노를 운영중인 말레이시아의 얍셍키옹 사장은『인프라면에서는 수비크가 필리핀에서가장 안정된 곳』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수비크의 인프라는 필리핀측 주장대로 과연 완벽한 수준인가. 일본무역진흥회(JETRO)마닐라 관장 야마우라씨는 이에 대해『전력부족등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진단한다.일본 종합상사들 역시 수비크의 항만시설등은 높게 평가하지만『앞으로 가능성이 높다』는 말로 아직은「잠재력」수준으로 평가한다.
연초부터 수비크에서 가동중인 대만 신발업체「수비크스타」의 브라이언 류 부사장 역시『당장 불편한 점은 없지만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이같은 시각은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지속됐던 필리핀의 만성적인전력난 때문이다.메트로마닐라만 해도 하루 6~8시간 정전이 일상적이었던 것이다.필리핀 전체적으로 취약한 통신시설과 도로사정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50여 업체가 가동중인 지금은 별문제 없겠지만 공단등에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수비크의 인프라는『물려받은 재산은 많지만 이를 운영할 시스템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SBMA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지난해부터 外資를 동원,전력.
통신등의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SBMA의 고든 청장은『활주로를 3천2백m 이상으로 늘리는 확장공사가 이달중 착공되고,현재 7천회선인 전화도 다음달에 AT&T가 2 천회선을 증설할 계획이다.이지역 30㎿ 용량의 전력은 이미 1백46㎿로늘렸다』고 설명한다.
이곳 인프라확충은 우리의 기부채납과 비슷한 BOT(BuildOperate Transfer)방식으로 대부분 추진된다.
통신등 일부 사업의 경우 25년의 운영기간중 무려 30%까지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외국 기업들의 인기를 모으 고 있다.
필리핀투자청의 살라자르위원은 이같은 추세를 감안,『앞으로 1~2년이면 수비크의 인프라가 완비돼 단지 전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한다.그러나 이같은 인프라 확충 계획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 기업의 망설임은 여전하다.공장은 수비크 내 시설을 즉시 이용할 수 있어 1~2개월이면 가동시킬 수 있지만 제품과원자재 수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수비크의 컨테이너 선박 운항횟수는 현재 주1회에 불과하다.공단이 활성화되면 선박운항도 늘겠지만 당장 원자재및 제품수송은 거 의 마닐라항을 이용해야 한다.물류비가 엄청나게 들 것이란 계산이다.
게다가 수비크를 벗어나면 당장 부닥치는 게 교통난이다.미쓰이상사 마닐라주재 미요시 부장은『최근 추세로 볼 때 앞으로 3년이면 메트로마닐라의 교통은 방콕처럼 붐비게 될것』이라고 말한다. 수비크에 인프라가 있다 해도 당장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말이다.거꾸로 말해 수비크의 경우 적어도 2~3년뒤를 내다보는보다 장기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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