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결산] 군 장성 대화통로 마련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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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북측 대표단을 배웅한 정세현(통일부 장관)남측 대표는 "새벽에 커피를 모두 다섯잔이나 마셨다"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오전 8시쯤 극적 타결이 이뤄질 때까지 13차 장관급 회담이 결렬 위기를 거듭했고 밤샘 진통이 컸기 때문이다.

나흘간의 회담 합의 중 가장 큰 성과는 장성급 군사당국자 회담 개최다. 이번 합의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군사 충돌과 중국 등 제3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또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에 뒤처진 군사분야 신뢰 구축의 토대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국방장관 회담은 2000년 9월 첫 회의 후 표류했고, 대령급 실무회담은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같은 경협사업의 뒷받침에 머물렀던 점을 보완하는 취지다. 특히 용산기지 이전과 미 2사단 재배치로 고조될지 모를 안보 불안 여론을 덜어내는 데 효과적이란 판단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공을 들였다고 한다.

물론 북측 김영성(내각 책임참사)단장이 장성급 회담에 합의하면서도 "군사 당국에 건의키로 하였다"는 표현을 고집한 데서도 알 수 있듯 북한군 핵심부의 의중이 중요하다.

봄철 파종기에 쓸 20만t의 비료는 조건없이 북한에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40만t 수준의 쌀 지원은 2차 6자회담의 결과 등 북한의 태도를 지켜본 뒤 다음달 4일 열릴 8차 남북경협추진위에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북측 보도문에만 '우리 민족끼리'란 표현을 넣는 편법까지 동원한 이 부분은 민족 공조 논란을 비켜가려는 남측의 고심이 엿보인다.

그렇지만 이산가족 추가 상봉 일정을 잡으면서도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 대응과 사회문화 교류 분과위 구성 같은 남측 제안이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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