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낡은논리 못벗어난 한국사회의이해 마르크스 뚫고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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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慶尙大 교수들의 共著『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정치경제학계의 원로 林元澤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문제점들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林교수는 1922년생으로 日本東京大법학부와 서울대문리대정치학과에서 공 부하고 서울대 법대.사회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쳐왔다.저서로는『第二 資本論』『續第二資本論』『政治經濟學의 哲學的 기초』가 있다.
[편집자註] 저자들은 1917년,즉 80년전에 나온 레닌의『帝國主義論』에 입각해서 제국주의를「金融독점 자본주의의 자본수출」이라고 하고 있다.그것은 낡은 이론이다.帝國主義란 자본주의에필연적인「일반적 過剩生産」을 대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다. 2차대전전까지는 소비재의 과잉생산을 武力에 의한 식민지 창출에 의해 해결했으며(舊帝國主義)2차대전후는 자본재의 과잉생산을 무역경쟁에 의해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新帝國主義).「일반적 과잉생산」이 일어나지 않는 마르크스.레닌의 이론으로부터는 올바른 제국주의이론이 나올 수 없다.마르크스주의에서는 이론의 옳고 그름이 실천에 의해 판명된다고 했다.蘇聯이 1991년 붕괴되고 만 것은 저자들이 의지하고 있는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F 리스트는 마 르크스보다 20년전에『精神的 生産力이 物質的 生産力을 생산한다』고 했다.이에 따르는 것이「合法則」이고,마르크스의 史的 唯物論에 따르는 것은 마르크스의 소위「反法則」이다.「反法則」이 당연히 받아야 할 징벌인 경쟁에서의 패배를 蘇聯과 東歐圈이 받은 것이다.
新제국주의 아래서 各國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P 드러커가 말한대로 전력을 다해「학문의 전문화→기술의 細分化」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결과 드러커의 소위「대기업의 분할」「最適規模로서의 中規模(Midsized)」현상이 나타나고,세계 제1의 외화보유국인 日本에서「日本은 중소기업국이니까 强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드러커는 또 21세기를 향한 新제국주의 시대의「知識經濟」에서유일한 생산요소는「知識(학문)」이라고 했다.이런 현상은 마르크스.레닌의 이론에 의해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들은「新제국주의」를「舊제국주의」와 혼동하고 있다.美國 무역적자의 60%가 對日적자며,日本의 對美 수출구성의 55%가 자본재.부품이며 이 비율이 과거 10년간 20%나 증가했다는 사실이 바로「新제국주의」와 다름이 없다.
「美제국주의의 지배」운운하는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저자들은 韓國경제를「從屬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있다.우리나라의 資本財 수입이 1981년 23.6%에서 1992년 37.4%로 확대되고 있으므로 누가 뭐라 해도 우리나라 經濟는 S 아민이 말한대로「自立的 발전」이 아니고「從屬的 발전 」이다.「한부문의 발전이 다른 부문에 대해 誘發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해외의 供給國에 그것이 미치는 것」을 그는 從屬的 발전이라고 했다.그런데 그렇게 된 원인도「학문의 전문화→기술의 세분화」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기 때문인 것 은 말할 것도 없다.1990년 美國의 출판사인 리빌드 아메리카社의「눈을 떠라 美國!」(Wake Up America!)委員會에서 출판한 E 보겔등 美國 석학 10명의 공동저서『위험한 從屬 초강국 日本』은「從屬:그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Dependence:How dangerous is it?)를 호소하고「일본을 美國사회의 거울삼아」(Japan as a mirror for AmericanSociety)「국내적으로 총동원」하여 美國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야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그리고 전통적인 美國의 가치를 회복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그런데『한국사회의 이해』는 우리나라의 脫從屬의 어떠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한국전쟁은「스탈린.金日成이 일으킨 것이 아니고 그 기원은 해방이후 전개된 諸모순의 누적 속에서 찾아야 된다」는 그들의 말은 절대 간과할 수 없다.전쟁후「부르주아經濟學」「反共이데올로기」가 득세하고 마르크스이론.계급투쟁이론은 자취를 감추었는데 요즘 마르크스이론.계급투쟁이론이「復元」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舊蘇聯에서 인구의 0.04%에 불과한 黨간부가족만이「고급식품」의 56~1백%를 소비했다는 계급착취가 蘇聯붕괴의 주요한 원인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21세기를 향한 「知識경제」에서 계급구조가 드러커가 말한대로「知識노동자」와「非知識노동자」로 개편되고,美國경제가 드러커의 말대로「年金사회주의」「종업원 자본주의」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그리고 자본주의가 「개인 자본주 의」로부터「法人자본주의」로 이행된 것도 모르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그 이유의 하나는 해방 50년간의 한글전용이 가져온「정신적 자본」「정신적 생산력」의 파괴 때문에「학문의 전문화→기술의 세분화」가 잘 안되어서 知識集約的 중소기업의 차별화 .다양화 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유의 둘째는 저자들이걸핏하면 들먹거리는 「矛盾」의 해결자로서의 윤리(에토스)의 결핍인데 이것도 50년간에 걸친 한글전용 때문에 발생한 전통적 윤리의 파괴 탓이라고 할 수 있다.
日本이나 臺灣과 비교하면 즉각 알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말해두고 싶다.이 정도의 책이 나와서 우리나라가 동요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동요될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그점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정부 당국과 학계가 성장정책.성장이론 일변도를 지양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책의 저자들에게 말하고 싶다.『마르크스를「뚫고 가라」(Durchgehen)』고.『마르크스이론의 필요한 지적은 남김없이 취하되 잘못된 것은 과감히 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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