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고원을넘어서>4.우루무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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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7월19일 아침 일찍 우리 일행은 무덥고 긴 밤을 설친 투루판(吐魯蕃)을 떠나 버스로 우루무치(烏魯木齊)를 향해 떠났다.
눈덮인 天山산맥의 보거다봉(博格達峰.5천4백45m)을 오른쪽으로 끼고 계속 서쪽으로 갔다.1년내내 비가 거의 오 지않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계곡물은 넘쳐흘러 곳곳의 길은 무너져 내리고 전신주들이 넘어져 있어 긴급출동한 군에 의해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금년 여름에는 이곳도 특히 더워 天山의 눈이 많이 녹아내려 홍수가 난 것이라고 한다.「사막속의 홍수」인 것이다.
天山산맥의 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우루무치市는 新疆 위구르自治區의 정치.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로 인구 2백만명의 西域 최대의 도시이다.최근에는 타클라마칸사막의 油田발굴로 개발이한창 진행중이다.신강위구르자치구(옛이름 新疆省) 는 면적이 우리나라(남북한)의 7배가 넘는 1백60만평방㎞이며 동북쪽으로 알타이산맥,중앙에 天山산맥,남쪽으로 崑崙산맥이 뻗쳐있고 산맥사이로 준가르.하미 투루판.타림등의 분지와 고비.타클라마칸사막등의 복잡하고 험준한 지형이 뒤섞여 있 는 독특한 지역이다.또한이들 고봉.준령들로부터 눈녹은 물이 흘러내려 이룬 많은 호수들과 산기슭 고원에 펼쳐진 초지들은 예부터 목축을 하기에 적합한지역이었다.
그래서 우루무치는 몽고어의「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옛날 漢 武帝는 匈奴와의 싸움의 성패가 좋은 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지 흉노의 기병이 쓰는 말을 손에넣으려고 고심하였다.드디어 西域에서 돌아온 使臣 장건(張騫)이『西域에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며,이들이 달릴 때 에는 피땀을 흘린다는 汗血馬(일명 天馬)들이 떼지어 다닌다』고 보고했다.武帝는 크게 기뻐하여 西域으로 사람을 보냈다.당시 天馬와 교환한물건이 비단이었다.唐書 회흘전(回紇傳)에「말 1필은 비단 40필의 시세로서 수만필의 말을 거래하 였다」고 쓰여 있는 것만 보아도 당시 絹馬交易이 얼마나 성행했던가를 알 수 있다.
지금도 天山산맥 북쪽 기슭 끝없이 펼쳐진 天馬의 고향에는 말고기를 먹고 말가죽으로 옷을 해 입고,말을 타고 사는 용맹한 하사크族(일명 코사크)이 살고 있다.
이들은 말.양.소.낙타등 그들이 기르는 가축들이 먹을 물과 풀을 찾아 항상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다.
天山으로 오르는 기슭 멀리 보거다봉의 雪山이 바라다 보이는 해발 2천m의 高地에 天山 天池가 있다.옛날 周나라의 목왕(穆王)이 西域 정벌에 나서 이 곳을 지나다 잠시 호숫가에서 쉬고 있는데 호수 한가운데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을 보았 다.기이하게 여겨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천산의 눈보다 흰 한 아름다운 여인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이 여인이 이 곳을 지배하던 西王母로 목왕은 이 여인과 사랑에 빠져 서역정벌을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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