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예>대만영화 "음식남녀"美서 큰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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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영화의 본산이라고 자부하면서 외국영화에 대해 좀처럼 눈길을 돌리지 않는 미국영화시장에서 대만의 예술영화가 관객들로부터 큰호응을 얻고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코미디물 『결혼피로연』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대만감독 리안(李安)의 최신작 『음식남녀』(飮食男女;EatDrink Man Woman)는 최근 미국 상영영화 흥행순위 19위까지 올라서 대단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더구나 중국계뿐 아니고 백인과 다양한 유색인종들도 함께 영화관에 몰리고있어 非미국계 영화의 성공적인 미국상륙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따라 미국극장들은 다투어 이 영화를 상영할 기미여서 순위는 더욱 상승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영화는 타이베이의 늙은 홀아비 주방장 추씨가 세딸을 키우면서 겪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줄거리로 하고있는데 영화에 무려 1백여종이 넘는 정통 중국음식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갖은 재료를 썰고다듬은 다음 중국요리의 정통기법인 볶고 튀기고 삶고찌는 조리장면과 이를 맛보는 모습으로 화면이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은 줄을 지어 중국음식점으로 향하며 발빠른 출판업자들은 영화에 나온 음식을 조리하는 법을 책으로 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있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주인공 추씨는 행복했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세딸과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지만 딸들은 『아버지는 구식』이라며 노골적으로 싫어한다.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딸들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현 대화된 기독교 학교 교사이며 아버지와 가장 사이가 나빴던 딸이 대를 이어주방장을 하기에 이른다.
『음식남녀』의 성공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풍부한 중국의 요리문화를 화면에 이끌어내 이국적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고 평한다.
그보다 감독의 연출기법이 국제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며 독특한 미래형 개성을 보이기 때문으로 분석한다.가장 중국적이면서도외국인에게도 잘 수용될 수 있게 만들었고 미국영화에서 보기힘든독특한 화면구성이 돋보였다는 것.
이 영화는 배우들보다 의상.보석.장신구.꽃.요리.식기.실내장식에 더욱 초점을 맞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 마틴 스코시즈감독의 『순수의 시대』와 일맥상통한다는 평을 듣고있다.
『음식남녀』는 요리장면.요리자체.식사장면에 많은 장면을 할애,『요리는 예술이며 식욕은 성욕과 함께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임을 자연스레 연출하고있기 때문이다.이 두영화는 이같은 소도구를 가득채운 현란한 화면을 계속 보여주면서 담담하게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는데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등장하는 장면보다 부속물을 클로즈업시킨 화면이 더욱많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미래형 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이야기되는이런 방법은 미국에서 『영화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켜 관객의눈길을 끄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출신 트란 안 홍감독의 프랑스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도 비슷한 경향을 띠고있어 주목된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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