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세워 窓口선교 콜롬비아예수회 日石二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금융시설이 크게 부족한 남아메리카 콜롬비아에 예수회 교단이 세운 은행이 선교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키우다드 볼리바르.이곳 인구는 1백만명 가까이 되지만 은행이라고는한군데밖에 없다.지난 91년에 문을 연 「사회저축.대출은행」이바로 그것.은행창구는 매일 찾아오는 고객들로 북 적대고 계좌수도 구멍가게 주인.보따리장사.가정주부등 1만여개가 넘는다.
이 은행은 현재 콜롬비아에 모두 1백26개의 지점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이 빈민촌에 자리잡고 있다.볼리바르에서 직원 27명을 두고 양복점을 운영하는 한 40대 남자는 『전에는 돈을 찾기 위해 버스를 타고 대도시까지 나가야 했기 때문 에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이었다』며 『지금은 매일 이곳에 들러 일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뿌리를 예수회 사제 조직에 두고 있다.현재는 전문적인 경영층에 의해 운영되지만 이사등 고위층은 아직도 예수회에서 임명된다.
예수회 조직은 볼리바르 같은 가난한 지역에서 은행을 운영하는것에 그치지 않는다.이 은행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콜롬비아 사회재단」은 그 규모가 상당히 방대하다.보험회사.건설회사를갖고 있으며 개인연금도 취급하고 있다.「사회재 단」의 총자산은10억3천만달러에 달한다.
예수회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지만 「사회재단」의 자산운영은 콜롬비아의 다른 기업과 큰 차이가 없다.시장경제에서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세금도 규칙적으로 낸다.주식과 채권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도 10만장 이상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3천8백만달러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며 이중3백만달러를 자선기관에 출연했다.나머지는 금융사업을 더 키우기위해 재투자했다.
지난 86년부터 「사회재단」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사회재단 운영은 일반 주식투자자와 같다』며 『우리는 수익을 재투자한다.자선을 위해 사업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회재단의 기원은 지난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예수회사제 한명이 스페인에서 건너와 보고타에 세운 「노동자클럽」이 모체다.구두장이.목수.벽돌공등을 상대로 선교를 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값싼 주거시설 이라는 사실을깨달은 이 사제는 노동자들을 위한 상호금고를 설립한다.이것이 오늘날의 「사회재단」으로까지 발전했다.
은행의 금리는 현재 콜롬비아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에 밑돌고 있다.그렇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콜롬비아에서 현금을 안전하게 맡길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때문이다.또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일반인들이 이 용하기 편하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이 은행은 결코 자선기관이 아니다.경제전문기관지인 『아메리카 이코노미아』는 지난 2년간 이 은행을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은행으로 선정했다.「사회재단」경영자의 한명인 알바로 다빌라의 다 음과 같은 말은 이 조직의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어떤 회사들은 회사가 성장한 다음에사회재단을 설립합니다.그러나 우리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