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바둑산책>韓.中대회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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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日.中슈퍼대항전」이 금년대회를 끝으로 사라진다.
바둑을 매체로 한 이른바「바둑외교」로 국교정상화(修交)를 이루는 동안 재미를 본 일본이 모든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해가며만들었던 이 대회는 숱한 일화를 남겼다.
중국과 일본이 7명 내지 9명씩 출전해「줄씨름」방식으로 싸우는 특이한 대전요령도 팬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중 하나였다.
초창기 중국팀은 전력의 열세로 여러차례 핀치에 몰렸지만 그때마다 마지막 출전기사인 녜웨이핑(섭衛平)9단이 남은 일본기사들을 닥치는대로 무찌르고 중국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괴력을 발휘했었다. 「북경의 반달곰」「鐵의 수문장」이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한국 프로바둑이 2년연속 세계기전을 석권하는 마당에 日.中두나라만의 잔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최사인 아사히(朝日)신문측의 발표지만 그보다는 일본의 극심한 경제불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모든 경비를 부담해온 스폰서쪽에서 흥미반감한 행사에 대한 더이상의 후원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니 어쩌랴.
이와는 대조적으로「롯데배 韓中바둑교류전」이 신설되어 화제다.
7명씩의 대표 프로기사가 제1회 한국,제2회 중국 하는 식으로 매년 개최지를 번갈아 바꿔가며 대전하는 최초의 韓中 두나라의 프로바둑 정기전이다.
우리는 과거「日.中바둑교류전」「日.中슈퍼대항전」을 부러워하며중국과 바둑외교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무척 애를 썼었다.
未修交의 敵性國시절 대화창구가 없어 주로 일본에 부탁했지만 겉으로는『다리를 놓아 드릴테니 걱정마십시오』라면서도 사실상 도움이 전혀 없었던 것.
훗날 가까스로 직거래가 이루어진 다음에도 수교직전까지『4개국이상이 참가하는 국제대회가 아니면 교류가 불가능합니다』라며 북한을 크게 의식한 중국이고 보면 격세지감을 갖게 된다.
「제1회 韓中교류전」은 오는 31일부터 부산과 서울에서 1,2차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한국팀은 曺薰鉉9단.徐奉洙9단.李昌鎬7단.劉昌赫6단의 4인방에 張秀英9단.林宣根8단.崔珪昞6단의7명이며 중국팀은 네웨이핑(섭衛平)9단.마샤오춘 (馬曉春)9단.류샤오광(劉小光)9단.차오다웬(曹大元)9단의 간판급과 新兵器(?)격인 왕젠훙(汪見虹)8단.창하오(常昊)6단.류칭(劉菁)5단이 합류한 7명이 출전한다.
대국료는 한국기사는 한국측에서,중국기사는 중국측에서 부담하며상금은 우승 7만달러,준우승 3만달러,그리고 우승팀은 1인2국씩 두어 종합적으로 가린다(동률일 경우 주장전의 결과로 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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