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재 쟁탈전에서 어떻게 이길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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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유치를 위한 각국의 ‘두뇌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미국의 ‘그린카드’(영주권)를 본떠 ‘블루카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비(非)유럽권 출신의 전문 기술인력에 대해 연장이 가능한 2년 기한의 블루카드를 발급해 줌으로써 취업과 체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늙은 유럽’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EU 차원의 두뇌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 제도를 통해 해외 우수인력을 적극 유인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가 살 길은 두뇌 경쟁에서 이기는 것뿐이다. 적극적으로 두뇌를 키우고, 유치해야 함에도 끌어오기는커녕 애써 키운 인재마저 빼앗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92~95년 20.2%였던 한국 출신 이공계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현지 정착률은 2000~2003년 46.3%로 급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6년 두뇌유출지수(완전 유출은 0, 완전 유입은 10) 순위에서 한국은 4.91로, 조사 대상 58개국 중 38위였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아일랜드(8.14)와 미국(7.84)이 가장 높게 나타나 해외에서 끌어들인 두뇌가 두 나라 경쟁력의 원천임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골드카드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8월 말 현재 2976명에 불과하다.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에 대해서도 외국인등록증만 있지 미국의 그린카드 같은 간편한 제도는 없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정책회의에서 해외 전문인력에 대해 이중국적과 구직비자 발급을 허용하고, 영주권 취득 요건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 나오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보다 공세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두뇌에겐 국경이 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다. 떠나는 인재를 애국심으로 붙잡던 시대는 갔다. 우리도 외국의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 경쟁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는 인재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받아들여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