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창호 9단 만나도 이젠 주눅 안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목진석7단은 지난 3일 제주도에서 벌어진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조한승7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원성진5단을 꺾은 이창호9단. 이창호9단과는 벌써 세번이나 싸웠다. 1999년 기성전 결승에서 패배. 2000년 KBS바둑왕 결승전에선 승리. 2002년 기성전 결승에서는 2대2까지 가는 사투 끝에 2대3 패배. 이 마지막 패배가 가슴 아팠다. 그래서 한동안 중국리그에 전념하며 마음을 추스르더니 이번에 드디어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이창호와 맞닥뜨리게 됐다. 어느덧 24세. '괴동(怪童)'이란 별명이 어울리지 않게 정신적으로 성숙한 목진석의 결승전 전략을 들어봤다.

-결승전에 임하는 소감은.

"프로 10년만에 세계무대 결승은 이번 처음이다. 느낌이 새롭고 의욕도 충만하다."

-대부분의 신예 강자가 이창호9단의 벽에 가로막혀 무너지곤 한다. 이9단과의 네번째 대결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2002년 기성전 대결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에 거의 다 이겼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게 강자의 프리미엄이란 것일까.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겠다."

-이창호9단을 대하면 어떤 느낌을 받는가.

"예전엔 먼저 주눅부터 들었다. 여러 번 두어봤고 한두번 이겨보기도 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나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솟아오르기도 한다."(이9단과의 총 전적은 4승12패)

-자신의 기풍을 소개한다면.

"한때 창의적인 바둑을 두어보려고 여러 스타일을 섭렵했으나 결국 전투적인 스타일로 돌아왔다."

-후반에 능한 이창호9단과 싸우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초반에 서둘러야 하나.

"상대를 의식하는 것보다 그냥 자기 스타일의 바둑을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중국리그에 가나. (중국통인 목7단은 지난해 중국리그 충칭팀에서 12승1패로 최고 성적을 올렸고 팀을 4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는 충칭팀 대신 을급리그에 나가 짧게 활동하고 국내에 전념할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