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수구꼴통 몰릴까 두려워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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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묘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4일‘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이 전 총재는 2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보수단체들이 주최한 '유엔 창설 62주년 기념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서 그의 무소속 대선 출마설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가 출마 선언을 할 경우 8월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 층 일부까지 가세해 300만 표 정도의 표 잠식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2000여 명이 참석한 국민대회에서 이 전 총재는 "나는 현실정치를 떠나 있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이 몸을 던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수호세력은 모두 단결해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자"며 "그래서 앞장서는 리더십으로 새 시대를 열자"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랐고,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대선에서 표를 의식해 말조심을 하고 있다"며 "수구꼴통으로 몰릴까 봐 두려워 이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 주변에선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즉각 나왔다.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남북 문제 대처방식을 포퓰리즘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른바 '평화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이 후보가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는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19일에도 보수 성향인 국가디자인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의 기조연설에서 "국가지도자나 정권이 정직하지 못하고, 또 법치주의에 역행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가에는 재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는 BBK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행사장에 들어서다 기자들로부터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자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그의 한 측근은 "대선 출마설을 의식해 행사 불참도 고려했으나 주최 측의 요청이 간곡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이종찬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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