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가고싶다>제주 가파도와 형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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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加波島와 兄弟島는 멀리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섬이다.
가파도는 옛날부터 숱한 난파선을 맞느라 한숨 잘 날이 없었고형제도는 그런 안타까움을 바라보면서도 어찌할 수 없어 발만 구르던 섬이다.
가파도는 모슬포에서 5.5㎞ 남쪽 마라도로 가는 중간에 있는섬.어족이 풍부하고 땅이 비옥해 해산물 못지않게 농산물도 많이거둔다.주민들은 인심좋고 근면해 마을 구석구석까지 단정하고 깨끗하다. 이 근해의 기상변화는 선원들도 30분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가파도는 여느 도서 지방보다 안정된 생활을 누리며 개발 의욕에 부풀어 있으면서도 토속 신앙에 연연하는 것을 보면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같다.
상동과 하동에 할망당이 있어 음력 보름밤에 가정의 안녕과 남편의 조업 안전을 비는 것은 주로 나이든 아낙네들이고 남자들 중심의 포제는 해마다 음력 정월에 택일해 지낸다.
형제도는 산방산밑 사계리 남쪽으로 5.5㎞지점에 있는 무인도다.제주도 남단에서 이 섬만큼 불가사의한 섬은 없다.그것은 제주도 남쪽 어디서나 유혹의 손짓을 하기 때문이다.모슬포에서 산방산 앞을 지날 때에도 그렇고,중문에서 모슬포 방 향으로 달려갈 때에도 그렇다.아니,모슬포항을 떠나 가파도나 마라도로 가는길에도 형제섬은 여전히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멈추지 않는다.
사계리 토기포구를 출발할 때는 두개였던 섬이 셋으로 갈라지고셋에서 다시 넷으로,넷이 일고여덟,결국 열개로 쪼개진다.
형제도는 두 개의 섬이 주를 이루고 그밖의 것은 모두 갯바위아니면 썰물에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바위들이다.
약1천평의 평지에 누운 큰섬은 패사(貝砂)로 된 모래밭이 70m쯤 차지하고 있어 석화와 해초가 붙은 돌만 없다면 훌륭한 해수욕장이 될 만 하다.모래밭 뒤에는 순비기나무가 무리져 이 섬을 훨씬 시원하고 여유있게 해준다.
큰섬 맞은편에 위치한 높이 60m의 작은섬(일명 문섬)꼭대기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고 벼랑에는 가마우지 새똥이 흰 칠을 한 것처럼 검은 암벽을 희게 만들었다.문섬 밑에서는 해녀들이 열심히 물질을 하고 있다.
김술생 할머니는 이곳에서 물질하는 것은 밭에서 김매는 것과 같다며 혼자 8남매를 키운 것도 이 바닷물 덕이라고 고마워한다. 12세 때부터 73세인 오늘까지 물질을 했으면 가슴아픈 사연도 많을 것 같은데 굳이 그런 것을 남에게 말해 뭣하랴 하는생각에서인지 그냥 웃을 뿐이었다.
이 섬에는 식수가 없다.그러나 폭풍우와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휴게소가 있어 낚시꾼들의 안식처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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