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관련 논란을 보고-박홍총장을 공격할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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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회 각계에 主思派가 침투해 있다는 朴弘 西江大총장의 잇따른발언이 사회의 큰 관심거리가 되면서 정치爭點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의 主思派에 대한 그의첫 발언은 용기있는 발언으로 상당히 광범한 호응을 받았으나 연이은 그의 발언이 일부 걱정과 비판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사파 뒤에 北韓이 있고,그 주사파 세력이 학원및 재야운동권 뿐 아니라 여야 정당. 언론계등 제도권에도 침투해 있다는 말은 일반 국민에겐 분명 충격적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지난 몇년동안 우리 사회 일각의 극렬한 주장과 행동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朴총장의 말이 새로운 얘기라기 보다는 평소 지니고 있던 느낌을 재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록 이곳 저곳에서 불쑥불쑥 터뜨리는 그의 폭로방식이좀 못마땅하다 하더라도 그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일은 아니라고본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그의 폭로나 폭로하는 방식이기보다는그 내용이며,主思派가 각계에 침투해 활동하고 있을 蓋然性이다.
朴총장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北의 간첩.主思派,또는 北과 연계되거나 자생적 공산주의 세력의 준동은 거의 공공연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대학 운동권의 유인물에 북한방송의 지침이 그대로 원용되고,심지어 고교생을 상대로 한 의식화 잡지까지 적발되고 있다.진보주의자 然하는 사람들 간에는 내놓고 主思派나 공산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主思派가 각계에 침투하려 했을가능성은 충분히 있고,현재 위장된 얼굴로 어떤 짓을 하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국내 주사파는 고사하고 北의 간첩마저도 우리 사회 핵심부에 침투하려는 노력을 하 고 있다고 봐야 한다.우리는 그러한 例를패망 전의 南베트남에서도 보았고,심지어 西獨의 총리실과 美國의중앙정보국(CIA)에서도 목도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정계.언론계.종교계등에 침투한 주사파가 7백50명이란 朴총장의 발언은 오히려 적게 잡은 것인지도 모른다.50년대末에도 남한에서 암약중인 북한 간첩의 수가 천명단위란 추정이 있었던만큼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하고,그와 연계됐거나 자생적인 主思派 또한 많은 수에 이른다고 봐야 할 것이다.따라서 그 7백50명이란 숫자에 너무 의미를 부여해 論難을 벌이는 건 자칫 문제의 핵심을 흐릴 위험이 있다.
우리는 朴총장의 발언에서 수사당국이 公訴를 유지할 정도의 증거를 기대해선 안된다고 본다.그의 司祭로서의 양심에 비추어 나름대로의 근거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의 일은 정부당국이 맡아야 하는데 문제는 당국의 對共수사 능력과 의지다.5공화국 말부터 6공화국을 거치면서 해이된 사회분위기와 안기부.기무사.경찰등 對共기관의 체제가개편되는 과정에서 對共기능이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다.더구나 남북頂上회담을 추진하면서 대화 분위기를 강조하다보니 對共기능에손상이 가는 수가 있었다.
救國前衛사건이 발표되는 과정에서 頂上회담 분위기를 깬다는 질책 때문에 모처럼 제몫을 했다고 사기가 올랐던 관계수사당국이 풀죽었던 것들이 바로 그런 例다.
***뿌리뽑는게 급선무 남북한간의 대화와 협상은 물론 필요하고 꼭 해야 할 일이다.그러나 대화를 하는 것과 실정법에 따라우리 내부의 체제 파괴분자를 색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오히려 장기적으로 對北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對共능력은 보다 완벽해져야 한다.
요컨대 지금은 朴총장의 말을 놓고 論難을 벌이는게 급한 일이아니다.그보다는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主思派의 실체를 드러내 발붙일 소지를 없애는게 급하다.우리의 체제를 지키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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