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특별사찰 명칭 싸고 한승주외무.정종욱수석 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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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韓昇洲외무장관이 북한핵문제와 관련,『특별사찰의 명칭과 형식에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힌데 대해 鄭鍾旭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부인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두갈래 견해에 대해 고도로 잘짜인 외교전략상 이중플레이일 것이란 해석이 있는가 하면 북핵문제등 對北정책을 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된 호흡불일치 또는 갈등표출이라는관측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기류속에 불쾌감까지 담겨져 있는등 고의적인보조불일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눈에 띈다.
韓장관의『특별사찰 명칭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정부의 원칙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며 정면으로 부인했다.비록외무장관의 발언이라해도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평소 언급을 자제해오던 鄭수석이 기자들의 논평 요구에한동안 망설이다가『(특별사찰을 해야 한다는)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얘기한 것은 청와대가 이 발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金대통령도 韓장관의 발언에 대단히 언짢아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시각은『남북대화가 완전히 막혀있고,金대통령과 클린턴美대통령이 특별사찰을 하기로 굳게 약속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외무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경솔했다』는 것이다.단적으로 표현하면『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북한이 최근『특별사찰은 결코 받지 않겠다』며 협박하고 나오자우리정부가 한발짝 물러서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결국 청와대는 韓장관을 통해 발언의 진의와 표현상의 오류를 설명토록 조치하기에 이르렀다.이 미 외신을 통해 韓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뒤여서 주워담을 수 없다는 점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북한이 전혀 남북대화에 성의를 안보이는 시점에서 우리만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물론 이런 입장은 金대통령의 최근 對北韓 자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청와대 당국자가 23일『핵문제와 관련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韓장관의 22일 회견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서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청와대 당국자가 23일 오전 韓장관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 직후 張基浩외무부대변인은 기자실에서『특별사찰이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하면서도 韓장관의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는등 해명에 진땀.
통일원 한 관계자는 鄭수석과 韓장관이 충돌한 적이 많다고 지적하며,이번의 혼선도 두 사람 사이의 불협화음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외무부관리들은『핵투명성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현실적으로 그정도의 융통성은 불가피한데도 번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두사람이다툰 것같다』며 불만을 표시.
한 통일원관리는『청와대 입장이나,韓장관 얘기나 핵투명성을 보장받겠다는 원칙에는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鄭수석은 다만조정회의등 정부부처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일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金斗宇.金鎭國.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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