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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억 쓰고 취업률은 3.9%’ 정부 겉치레 행사에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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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7세의 취업 준비생이다. 지난해 8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합격 소식을 받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10월 22일자 1면에 실린 ‘39억 쓰고 취업률 3.9%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노동부가 5년간 각종 채용박람회에 39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취업률은 3.9%에 그쳤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고 취업 준비생으로서 허탈감이 매우 컸다.

청년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최한 박람회는 결국 형식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겉치레 행사였던 것이다. 누가 이런 막대한 행사 비용 낭비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 늘 그렇겠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정부 주최의 취업박람회와는 달리 민간기업이 주최한 취업박람회는 취업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눈먼 돈 쓰듯 하는 정부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은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자기 돈 들여 사업을 하는데 누가 대충 대충 하겠는가. 이참에 모든 취업박람회를 민간기업이 이끌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민간에 39억원을 지원하면 취업박람회의 취업률이 큰 폭으로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취업 프로그램 전반을 이끌어 왔기 때문에 단숨에 공공 지원금의 대부분을 민간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취업 프로그램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최의 취업박람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쓰는 기업과 취업을 하려는 구직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할 것이다. 취업박람회가 구직자들에게 실질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전종헌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