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호랑이 등에 올라탄 두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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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2보 (24~39)]
白.胡耀宇 7단 黑.趙治勳 9단

후야오위에 붙여진 '무딘 칼(鈍刀)'이란 별명은 사실은 무딘 칼날의 명검이란 의미다.화려한 빛은 없지만 반드시 목표를 베고야 마는 칼이란 뜻이다. 그는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 등 최강자들을 잇따라 꺾으며 중국 바둑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탓에 엉뚱한 곳에서 좌절을 겪곤 한다. 현재 중국랭킹 5위. 한국에선 실질적인 2위로 보고 있다.

24의 육박에서 무딘 칼날이 서서히 제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백△들은 가볍기 때문에 쉽사리 공격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다 버려둔 채 상변에서 스피드를 낸 것이다. 하지만 29까지 판은 아직 조용하고 화기애애하다. 바로 이때 30이 등장했다. 갑자기 기합을 터뜨리며 달려든 수. 고요하던 판 위에 돌연 풍운이 일어난다. '참고도1' 흑1엔 백2로 되젖히는 수가 맥점이다. 5로 잡는 것은 6의 돌파로 흑이 안 된다. 후야오위는 아마도 '참고도2'를 기대했는지 모른다. 이것 역시 6의 절단이 매우 두텁다.

31로 밑으로 젖힌 수가 최강수다. 그리고 이수에 후야오위가 32로 맞서는 순간 그 다음부터는 외길이 됐다. 두 사람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이제 질주가 멈출 때까지 내릴 수 없다. 후야오위가 36으로 뛰어나오자 조치훈은 37, 39로 가차없이 끊어버린다. 이 사나운 변화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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