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크루즈선 시장 ‘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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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TX그룹이 세계 2위의 크루즈선 제작 회사인 아커 야즈(AKER YARDS)의 지분 39.2%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로써 STX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크루즈선 시장에 진입했다.

STX는 23일 아커 야즈의 주식 4456만주를 8억 달러(약 7340억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인수 대금은 국내 조선업계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지분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은 STX조선·STX엔진 등 그룹 계열사들이 분담했다.

STX 관계자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사들인 것이 아니라 전략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앞으로 STX가 크루즈선을 만드는 신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현 경영진과 협의해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STX가 몇년 뒤 추가로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떠다니는 호텔’로 불리는 크루즈선은 한 척당 가격이 5억∼10억 달러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 세계 선박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핀란드의 크베너마사(아커 야즈가 소유), 독일 메이어베르프트 세 유럽 조선소가 세계 크루즈선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크루즈선 분야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도 2010년께 크루즈선 사업에 진출하려고 기술도입처와 선상 인테리어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M&A는 STX그룹이나 국내 조선업계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며 “STX가 장기적으로 유럽에서 크루즈선 건조 기술을 전수받아 자체 기술을 확보한다면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커 야즈는 1841년 설립된 조선소로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핀란드·프랑스·독일·브라질 등 8개국에 18개 조선소를 운영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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