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인만화=저질은 남의일 당당한 문화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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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성인만화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작품은 외계에서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코끼리를 그린『엘프퀘스트』(ElfQuest)라는 만화시리즈.리처드와 웬디 피니라는 두 만화가가16년전 처음 내놓았을 때만 해도 이 만화는 권당 3천 내지 4천부를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그러나 지금은 권당 4만부나 팔리고 있으며 특히 독자들의 절반정도가 여성들인 것으로 분석되고있어 출판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최근에 발표된『엑스멘』(X-Men)이라는 성인만화는 무려 수십만부나 팔렸다.
이같은 변화는 물론 어린 시절에 만화와 친숙했던 지금의 30,40대가 향수를 느껴 만화를 찾는데 기인하지만 그보다는 작품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만화가들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시간죽이기 식의 가벼운 소재에서 벗어나 주제를 낙태등 다소 무게있는 쪽으로 확대하고 고전작품등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도록 만화로 바꾸는등의 노력이 성인들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빈민가에서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 낙태를 소재로 여성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로베르타 그레고리의『노티 비츠』(Naughty Bits)는 미국에서 널리 읽히는 잡지『뉴요커』나『에스콰이어』에 소개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미국의 성인만화중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은 아트 스피겔먼의『마우스』(Maus).저자의 아버지가 경험한 나치의 유대인학살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 80년대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동명의 소설을 만화로 옮긴 작품이다 .이 작품은만화가로는 처음으로 스피겔먼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다.만화가의퓰리처상 수상은 만화로도 묵직한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을 뿐아니라 만화라는 분야가 결코 저질스럽지 않다는 점을대중에게 깨우쳐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길버트와 제임 헤르난데스의 공동 작품인『사랑과 로켓』(Love and Rockets)역시 문학성이 높은 만화로 평가받고 있다.캘리포니아주의 히스패닉계 주민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같은 대가에게서나 기대할 만한 문학적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이처럼 성인만화가 폭넓은 인기를 얻자 할리우드의 영화업자들도 성인만화 쪽으로 눈을돌리고 있다.『엘프퀘스트』가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을 목표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으며『사랑과 로켓 』의 작가 역시 많은 영화제작자들로부터 교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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