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대남비방 강도 높여-급속통일대비 발언에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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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北-美회담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서로 비난 강도를 점점 높이는등 최근 급속히 관계가 냉각되고 있어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가 상당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金日成이 죽은지 40일이 넘도록 北韓의 권력 지도부 재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쪽 당국은 「급격한 통일」을 대비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북측은 강도높은 對南비난에 열을 올리며 특별사찰을 전제로 한 경수로 지원을 거부했 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20일 오전「벼랑에 내몰린 자들의 모략도박」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金泳三대통령을 상대로 입에 담을 수없을 정도의 욕설을 퍼부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방송은『북남관계를 계속 대결과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대화와 통일에 찬물을 끼얹는 범죄의 길로 한사코 내닫는다면 그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될 것』이라며『바로 서울 바닥에서미구에 끝장나리라는 것은 갈수록 명백한 기정사실 로 되어가고 있다』고 도발적 표현으로 욕설을 했다.
북한 외교부대변인도 별도의 회견을 통해 특별사찰을 전제로한 경수로도입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일원 당국자는『이날 방송내용은「서울불바다…」발언에 버금가는도발적 내용』이라고 해석하곤『정상회담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후 대남 비난을 삼가던 북한이 태도를 돌변,원색비방전을 펼치는 것은 金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갑작스런통일(흡수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데 이어 미국의 성급한對北 접근 자제를 촉구한데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金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한내 민중봉기가 발생하고 난민들의 탈출이 폭발할 경우등 우발적인 사태에 대비한 준비작업을가속화하는 한편 이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이날 韓民戰중앙위 발표를 통해 미국에 약속한 핵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을 한국의 핵시설과 동시에 봉인할 것을 요구했다.
남북사이의 이같은 냉기류가 이미 의견 접근을 보인 北-美합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족통일연구원의 吉炡宇정책실장은『북한이 남쪽과의 대화에서 얻을게 있다고 판단하기 전에는 美國과의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당분간 남북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金鎭國.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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