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영의 DVD 세상] '쿨'한 도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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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잡 2003 (The Italian Job)
감독 : F. 게리 그레이
주연 : 마크 월버그·샤를리즈 테론·세스 그린
화면비 :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2.35:1
사운드 : 돌비 디지털 5.1
자막 : 한국어, 영어, 중국어, 타이어
제작사 : 패러마운트
가격 : 2만5천3백원
영화 ★★★☆ 화질 ★★★★ 음질 ★★★★

◇이탈리안 잡 1969 S.E (The Italian Job)

감독 : 피터 콜린스
주연 : 마이클 케인
화면비 :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2.35:1
사운드 : 돌비 디지털 5.1
자막 : 한국어, 영어, 중국어, 타이어
제작사 : 패러마운트
가격 : 2만5천3백원
영화 ★★★☆ 화질 ★★★★ 음질 ★★★☆

길이면 어디든 간다. 아니라도 간다. 물론 시간 엄수.완벽 배달이 신조인 오토바이 퀵 서비스 이야기는 아니다. 추격자들을 멋지게 따돌리며 좁은 골목길은 물론 어두운 수로, 가파른 계단도 마다하지 않고 내달리는 주인공은 세 대의 '미니 쿠퍼'자동차. 작지만 쭉 빠진 쿨한 자태로 한번. 앙증맞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파워풀한 스피드로 또 한번. 그렇게 관객을 '두번 죽이는' 미니 쿠퍼로 크게 한탕하는 '쿨'한 도둑들의 이야기 '이탈리안 잡'을 DVD로 만난다.

영화가 시작되면 3천5백만달러의 금괴를 강탈하기 위해 잭과 찰스를 주축으로 뭉친 일류 도적단의 활약이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숨가쁘게 펼쳐진다. 설원에서의 자축도 잠시, 조직의 2인자 스티브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찰스의 정신적 아버지 잭마저 살해한다.

그로부터 1년, 할리우드에서 재력가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스티브를 발견한 찰스 일당은 잭의 딸을 영입해 새로운 드림팀을 꾸민다. 복수를 위해, 잃어버린 금괴를 되찾기 위해. 그런데 초반 베네치아에서의 20분 외에는 사건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영화에서 제목의 '이탈리안'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의아해하실 분들은 이 영화가 1969년에 만들어진 동명 영화의 2003년 버전임을 상기하시라.

60년대 제작된 오리지널 '이탈리안 잡'은 고전적인 개념의 영웅과 달리 체제에 반항하는 반(反)영웅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탈리아 토리노를 배경으로 4백만달러의 금괴를 터는 영국 도둑들의 이야기다. 국경을 넘어 유럽 전역을 뒤흔들 대형 범죄를 진두지휘하는 찰스로 분한 마이클 케인은 최근 '오스틴 파워-골드 멤버'에서 오스틴 파워의 주책맞은 아버지로 천의무봉의 연기를 선보였던 연기파 배우다. 약간은 얼떨떨한 일당들을 챙겨 한탕 크게 해 유유히 탈출하는 젊은날의 케인은 원조 천재 도둑답게 쿨하기만 하다.

2003년 버전은 오리지널에서 찰스를 주축으로 전문 도둑들이 미니차를 이용해 교통 체증을 뚫고 한탕한다는 설정만 가져왔다. 하지만 자동차 사이를 뚫고 물살을 튀기며 좁은 수로를 질주하는 미니 쿠퍼의 활약상은 오리지널이나 리메이크나 변함없이 근사하다.

이번에 출시되는 DVD는 '기프트 세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이탈리안 잡'을 동시에 수록했다. 두 편 모두 돌비 디지털 5.1채널과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2.35:1의 화면비를 지원한다. 2003년 버전의 화질과 사운드의 완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오리지널 역시 깔끔하게 복원됐다.

각각의 디스크에 실린 부록 역시 메이킹 필름.삭제 장면.운전 연습 장면 등 아기자기하다. 오리지널 버전의 삭제 장면 중에는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강'에 맞춰 미니 쿠퍼들이 왈츠(?)를 추는 유쾌한 장면도 만날 수 있다. 도둑질에 복수극이라는 면죄부를 더한 리메이크와 달리 오리지널은 강탈 자체에 몰두한다. 과연 이 유쾌한 '이탈리안 잡'은 성공할까, 아니면 허무한 권선징악의 교훈으로 끝나고 말까. 고전답지 않게 고정된 결말을 내리지 않는 마지막 장면은 절대 놓치지 말 것.

모은영 DVD 칼럼니스트

*** 요 대사

"도둑도 두 종류가 있네. 안락함을 위해 훔치는 자와 운명적으로 훔치는 자. 후자는 되지 말게.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거니까."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본 초로의 잭은 창창한 도둑 찰리에게 충고한다. 그렇다, 자고로 도둑도 격이 있는 법이다. - 2003년 '이탈리안 잡'중에서

*** 조 장면

미니카라고, 35년도 더 된 자동차 추격장면이라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인도 위에서의 대질주도 모자라 공사 중인 거대한 박물관 지붕 위까지 가뿐히 올라선 미니 쿠퍼 삼총사. 이봐, 자네들은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라고! -오리지널 '이탈리안 잡'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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