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고속도로' 서울 외곽순환로 시흥 부근에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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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달리면 운전자와 승객에게 노래가 들리는 고속도로가 등장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 기점 103.2㎞(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부근) 판교 방향 화물차로(4차로)에 차량이 지나가면 노래가 들리도록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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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내리막 곡선 차로로 평소 사고 위험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이 도로공사의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는 시속 100㎞로 차량이 달리면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로 시작되는 동요 '비행기'의 멜로디가 차량 밑바닥으로부터 운전자에게 들려온다.

원리는 이렇다. 차량이 달릴 때 타이어가 닿는 도로에 홈을 파서 요철 구간을 만들고, 이 요철의 간격과 길이를 조정해 마찰음을 다르게 함으로써 노래가 흘러나오도록 한다. 너비 2.4㎝의 홈을 10.6㎝ 간격으로 차도에 파 놓으면 차량이 지날 때 기본음 '도' 소리가 나온다. '레'는 9.5㎝, '미'는 8.4㎝로 홈 간의 간격이 작아진다. 홈이 도로 위에 설치된 실로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박자는 홈이 설치되는 길이로 조정한다. 예컨대 '도' 음을 내는 홈을 차량 진행 방향으로 20m까지 쭉 늘어놓으면 0.72초 동안 '도' 음계가 이어지고, 이것이 한 박자(♩)의 효과를 낸다. 10m를 늘어놓으면 반 박자(♪)가 된다. 따라서 노래의 길이에 따라 이 시설의 길이도 달라진다. 이번에 설치된 구간은 '비행기' 노래의 길이에 맞춘 345m다. 운전자와 승객은 약 12초 정도 노래를 듣게 된다.

고속도로 이용자 가운데 "과속을 방지한다며 '비행기' 멜로디를 이용하는 것은 비행기처럼 빠른 속도를 내라고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 김운태 도로팀장은 "속도를 높이면 노래가 빨라져 오히려 운전자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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