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複數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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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헝가리다.좀 오래된 통계지만 지난 82년 헝가리의 자살자수는 인구 10만명당 43.5명으로 2위인 덴마크의 29명,3위인 오스트리아의 27.6명에비해 훨씬 높다.20세기 들어 국별 자살순위 변 화를 보면 1901년부터 55년까지는 日本.스위스.獨逸.프랑스.스웨덴이 1~5위를 차지했다.특히 일본은 55년부터 60년까지 연속 수위를 유지,「자살의 나라」라는 불명예스런 딱지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면서 일본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대신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가 1위와 2위를 차지했다.특히 헝가리는 8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 1위를 유지했으며,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헝가리의 자살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가지 說이 있으나,그중 가장 설득력있는 것은 二重職業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때문이라는 것이다.
헝가리에서 이중직업은 사회주의체제 시절부터 일반화된 사회현상으로,생계를 위해선 부업을 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은 용돈에 불과하며 부업에서 월급의 3~4배를 버는 것이 보통이다.개중엔 하루 16시간 근무도 드물지 않다. 과도한 업무에서 오는 피로는 알콜중독.신경쇠약 환자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이는 다시 인구감소로 이어졌다.특히 인구감소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지난 86년 헝가리 인구는 1만8천9백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인구 감소엔자살이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美國에선 맞벌이로도 부족해 부부가 세곳이상 일자리를 갖는 複數職業 현상이 늘고 있다고 한다.이에 따라 미국 노동부는복수직업 노동인구 통계를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했다.
70,80년대 여성인력이 노동시장에 들어와 맞벌이부부시대 를열더니 90년대 들어선 三重직업 부부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이유는 대부분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서다.노동시간도 계속 늘어 週當 50시간을 훨씬 넘는 경우도 흔하다.
경제학자들은 70년대 이후 미국 가계수입은 실질임금에서 크게줄어들었으며,그동안 가계수입이 늘었다면 추가노동에서 얻은 수입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미국도 이제 더이상 꿈의 나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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