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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TV3社 광복절특집 韓日 새진로모색 소리만요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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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광복 49주년을 맞아 TV3社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특집 드라마.다큐멘터리.특선영화등을 방영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살리려 애를 썼다.
우선 TV3사는 예전의 독립군류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간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각기 다양한 소재를 찾아나선 점이 눈길을 끌었다. MBC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두가지 시각에서 영화화하는 과정을 소재로 한『영화만들기』를 15일밤 방영했고 KBS는 한일간의 반도체개발을 둘러싼 컴퓨터전쟁을 소재로 한『빈잔의 축배』를 맞대응 편성했다.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도 MBC는「한국속의 일본인」이라는 색다른소재에 착안해 주목을 받았다.정반대로 SBS광복절특집『우리집 이야기』는 일본속의 한국인(재일교포 3세)을,KBS는 일본내의교포연극집단의 애환을 소재로 한 인디컴제작의『 신주쿠 양산박』을 방영해 수직종횡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려 한 의욕이 감지되었다.특히 KBS가 방영한『김순남의 음악세계』는 한 민족예술가의 삶을 조명,문화를 통해 광복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찾아보려는 逆기획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기획과 소재발굴의 발전에도 불구,광복을 보다 미래지향적인 재도약의 계기로 해석해보려는 시각에 이르러서는 아직 미흡함이 여전했다.한일관계를 단지 선악의 개념으로 이분화하는 단순구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마치 한풀이 차원에 그친 구성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던 것.
KBS『빈잔의 축배』는 한일간의 반도체 개발다툼이라는「미래의소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한국의 소프트웨어를 컴퓨터해킹을 통해 훔쳐내려는 일본과 이를 한국이 끝내 막아내 개발에 성공한다는 어설픈 만화적 구성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마치「범죄조직」같이 묘사된 일본의 첨단산업 종사자들을 대비시켜 통쾌히 제압함으로써 일시적인 쾌감만을 제공해 줄뿐이었다.
SBS『우리집 이야기』또한 강제징용의 현장을 찾은 교포3세와우리 청년들이 느끼는「슬픔」과 피징용자들의「한」등 개인적 차원에만 초점이 맞춰져「징용 그이후」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분석을빠트리고 말았다.
反日과 克日을 넘어「知日」을 외쳐대는 요즘 TV의 전체적시각은 반일과 극일의 중간점정도에 머물고 만 인상을 줄 뿐이었다.
별다른 함수관계도 없이「광복절 특선영화」라는 이름으로 판을 친 전쟁.액션영화들도「안이한 편성」이라는 지적.
SBS가 광복절 경축식직후 특선으로 방영한『최후의 전사』와 KBS『마지막 U보트』등은『오히려 일본무사도를 미화하는 것같다』는 시청자의 혼선을 불러오는 등 광복절 특선편성에서도 보다「신중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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