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앗! 유행 지난 내 모피 맞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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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모피를 장만하고 싶다면 여우털 소재의 조끼를 눈여겨보자. 1990년대 전후로 여우털 코트가 국내에 대량 판매됐으므로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것도 많다. 이런 여우털 코트를 조끼로 변신시키고, 남은 모피로 목도리·머프·팔찌 등을 만들어 소품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모델은 현지명 패밀리 리포터. [사진=박종근 기자]

#칼라·단추·어깨 패드…작은 것만 손대도 확 달라져요

 사례1=2만원으로 새 옷을 장만했다. 사실 진짜 새 옷이 아니라 수선집에서 ‘리폼’ 한 것이다. 양쪽으로 쫙 벌어지기만 한 넓은 칼라가 구식처럼 보여 옷장 속에 처박아 뒀던 트렌치 코트. 한쪽 칼라 아래 쪽에 단추를 달고 반대편 칼라에 구멍을 뚫어 여미는 식으로 바꿨다. 금속 느낌 단추도 나무 색깔로 바꿔 달았더니 새 옷보다 더 멋져 보인다.

 사례처럼 단추나 칼라같이 고치기 쉬운 부분에 주목하면 수선비는 적게 들이고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트렌치코트뿐 아니라 모직 코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모직 코트를 고쳐 입을 때는 대개 길이나 품을 고친다. 예전에는 대개 풍성한 사이즈의 롱코트가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더 들어갈 만큼 넉넉한 품에 질끈 졸라맨 허리끈을 상상하면 된다. 몸의 라인을 따라 코트의 실루엣을 살려 주는 식으로 품과 길이를 줄인다. 길이는 무릎을 살짝 덮는 정도면 무난하고 허리선을 살짝 살리면 좋다.

 어깨 패드도 중요한 수선 부위다. 유난히 도드라지게 각진 어깨 패드는 요즘 유행하는 ‘파워수트’처럼 세련돼 보이기보다 그저 어깨가 넓어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패드만 불쑥 빼 버리면 어깨 부위만 붕 떠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한다. 어깨와 몸통 부위의 이음새를 어깨 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줄여야 한다. 품 자체를 줄일 때도 암홀이 너무 꽉 끼지 않는지 확인한다. 자칫하면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지거나 너무 뚱뚱해 보일 수 있다.

 원단에도 수명이 있다. 일반적으로 면이나 모직으로 된 외투는 구입 후 10년이 넘었다면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차피 원단이란 염료를 사용해 가공되므로 시간이 지나면 삭기도 하고 색상도 변하는데, 무작정 수선하는 곳에 맡겼다 아예 옷을 망칠 수도 있다. 수선을 맡길 땐 말로 하는 것보다 잡지나 인터넷 등에서 마음에 들었던 스타일의 사진을 골라 보여주면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모피 수명 다하기 전에 서두르세요

  

사례2=버리려고 했던 여우털 반코트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선집에 들고 갔다. 기대 이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여우털 조끼를 만들고 나머지로는 스카프와 팔찌까지 만들었다. 수선비를 들이긴 했지만 돈 번 기분이다.

 일반적으로 모피의 수명은 30~50년. 하지만 건조한 곳에 오래 두거나 옷장 속에 방치할 경우 5년을 넘기기 힘들다. 수선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선을 맡긴 옷 3벌 중 1벌은 수명이 다해 고칠 수 없을 정도다. 가지고 있는 모피 옷의 여러 군데서 무작위로 털을 뽑아 본다. 모근이 뽑히면 수명이 다한 것이므로 수선이 불가능하다.

 가죽 상태 점검도 필수다. 안감 쪽을 살펴보면 가죽이 만져지는데, 이 가죽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당겨본다. 자연스럽게 늘어나면 상태가 좋은 것이다. 이때 늘어난 가죽은 그냥 두면 다시 본래 모양대로 수축되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다행히 합격점을 받은 모피 외투가 있다면 최근 트렌드를 주목해야 한다. 요즘엔 여러 종류의 털을 조합해 한 벌의 의상을 만드는 것이 인기다. 묵혀 두고 있는 코트나 목도리 같은 것이 있다면 몽땅 가지고 수선집에 가도 좋다. 모피의 경우 남은 부분으로 조그만 소품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다. 다만 모피는 다루기가 일반 의류보다 까다로워 수선비는 조금 비싼 편이다. 반코트로 숄을 만드는 것처럼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 없을 때 30만원 정도 든다.

 구입한 지 10~20년 된 모피 코트는 어깨가 넓고 암홀이 처져 있는 데다 소매 끝이 오므라져 있어 상체가 아주 커 보인다. 칼라는 길고 좁아 얼굴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고 나이도 들어 보이기 일쑤다. 이럴 땐 어깨 폭을 줄이고 패드는 얇은 것으로 교체해 실루엣이 자연스럽도록 변형한다. 소매는 유행하는 7부로 만들거나 일자로 펴 주면 효과적이다.

 코트 전체를 바꿔 보고 싶다면 칼라부터 손을 대는 것이 좋다. 정장 재킷의 칼라 스타일이나 짧은 차이나 칼라, 넓고 볼륨감 있는 숄 형태 칼라 등으로 바꾸는 것도 권할 만하다.  

강승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도움말=이유형 실장(오영자 모피), 이승철 대표(리폼하우스), 김기영 대표(김기영 맞춤수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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