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진행이 느린 대신 재발률이 높아 치료 후에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5년 뒤에도 지속적인 관찰을=서울아산병원 안세현 교수팀은 유방암 수술환자 3700명을 10년간 추적해 재발률을 분석했다. 대상자는 4기를 제외한 0기에서 3기까지. 전체 재발률은 4명 중 1명꼴인 23.4%나 됐다. 이중 5.7%가 5년 이후에 나타났다. 병기별로 보면 0기 9.1%, 1기 9.9%, 2기 24.3%, 3기 64.7%였다. 병이 깊을수록 재발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0기와 1기에서도 상당수가 재발해 온순한 암이라는 유방암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재발의 양상도 특이하다. 흔히 수술부위나 겨드랑이 림프 쪽 등 한정된 부위에서 재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몸 여기저기 암세포가 나타나는 전신 재발이 61%나 됐다. 위치는 뼈·폐·간의 순서. 반면 다른 쪽 유방에 암이 생겼다면 이는 재발이 아니고 원발(전이가 아닌 자발적으로 생긴)암으로 봐야 한다.
◆암 치료 후 재발 관리 중요=유방암 치료가 끝났다고 방심은 금물. 다행스러운 것은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약제가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항암제와는 달리 호르몬제는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요법으로 사용된다.
유방암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먹고 사는’ 암(70%)과 그렇지 않은 암(30%) 이다. 호르몬 요법은 전자의 암에 걸린 사람에게 쓰인다. 호르몬을 차단함으로써 암 성장을 막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호르몬제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여성의 난소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암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약이다. 대표적인 약은 타목시펜과 주사제 졸라덱스로 주로 폐경 전 여성에게 처방된다.
다른 하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페마라·아리미덱스)다. 폐경 이후 환자에겐 타목시펜 치료가 한계를 보인다.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대신 부신에서 생성되는 안드로젠(여성호르몬 전 단계 물질)을 차단하는 데 치료의 초점이 모인다. 이때 쓰이는 것이 아로마타제 억제제다. 안드로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도록 돕는 효소(아로마타제)의 기능을 억제한다.
최근 대표적인 아로마타제 억제제인 페마라가 치료 후 5년 이전 및 이후 재발 방지약으로 보험적용을 받았다. 유방암 1차 치료제와 5년 이후 재발방지에 모두 보험이 인정된 약으로는 유일하다.
◆재발도 조기 발견이 관건=완치 판정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유방암 주변은 물론 전신 암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은 증상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 하나는 비만. 유방암은 특히 체지방과 관련이 깊다. 암세포는 지방을 담아둔 시험관에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자란다. 따라서 고지방식·고칼로리식을 삼가고, 채소와 과일을 즐기는 등 적정 체중 유지에 힘써야 한다.
다음은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많이 웃는 것은 평범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다. 적당한 운동, 음악 등 취미활동 역시 면역력을 높인다. 하지만 팔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테니스나 스키는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 절제수술 뒤 팔이 붓는 경우가 많다. 림프선이 잘려 림프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기 때문. 따라서 스트레칭, 기체조, 요가 등 혈액·림프순환을 도와주는 운동을 하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할 수 있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