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유방암 치료 5년 후 재발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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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방암은 진행이 느린 대신 재발률이 높아 치료 후에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유방암은 온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의 분열이 갑상선암 다음으로 더디다. 암이 느리게 진행하다 보니 환자의 생존기간도 비교적 길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터진다. 느린 만큼 재발도 더디게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암은 치료 후 5년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개념의 관해(寬解)라는 용어를 쓴다. 하지만 유방암은 다르다. 적어도 10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고, 그 이상 된 환자에서도 재발 사례가 드물게 나타난다.  

 ◆5년 뒤에도 지속적인 관찰을=서울아산병원 안세현 교수팀은 유방암 수술환자 3700명을 10년간 추적해 재발률을 분석했다. 대상자는 4기를 제외한 0기에서 3기까지. 전체 재발률은 4명 중 1명꼴인 23.4%나 됐다. 이중 5.7%가 5년 이후에 나타났다. 병기별로 보면 0기 9.1%, 1기 9.9%, 2기 24.3%, 3기 64.7%였다. 병이 깊을수록 재발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0기와 1기에서도 상당수가 재발해 온순한 암이라는 유방암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재발의 양상도 특이하다. 흔히 수술부위나 겨드랑이 림프 쪽 등 한정된 부위에서 재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몸 여기저기 암세포가 나타나는 전신 재발이 61%나 됐다. 위치는 뼈·폐·간의 순서. 반면 다른 쪽 유방에 암이 생겼다면 이는 재발이 아니고 원발(전이가 아닌 자발적으로 생긴)암으로 봐야 한다.

 ◆암 치료 후 재발 관리 중요=유방암 치료가 끝났다고 방심은 금물. 다행스러운 것은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약제가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항암제와는 달리 호르몬제는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요법으로 사용된다.

 유방암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먹고 사는’ 암(70%)과 그렇지 않은 암(30%) 이다. 호르몬 요법은 전자의 암에 걸린 사람에게 쓰인다. 호르몬을 차단함으로써 암 성장을 막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호르몬제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여성의 난소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암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약이다. 대표적인 약은 타목시펜과 주사제 졸라덱스로 주로 폐경 전 여성에게 처방된다.

 다른 하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페마라·아리미덱스)다. 폐경 이후 환자에겐 타목시펜 치료가 한계를 보인다.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대신 부신에서 생성되는 안드로젠(여성호르몬 전 단계 물질)을 차단하는 데 치료의 초점이 모인다. 이때 쓰이는 것이 아로마타제 억제제다. 안드로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도록 돕는 효소(아로마타제)의 기능을 억제한다.

 최근 대표적인 아로마타제 억제제인 페마라가 치료 후 5년 이전 및 이후 재발 방지약으로 보험적용을 받았다. 유방암 1차 치료제와 5년 이후 재발방지에 모두 보험이 인정된 약으로는 유일하다.

 ◆재발도 조기 발견이 관건=완치 판정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유방암 주변은 물론 전신 암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은 증상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또 하나는 비만. 유방암은 특히 체지방과 관련이 깊다. 암세포는 지방을 담아둔 시험관에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자란다. 따라서 고지방식·고칼로리식을 삼가고, 채소와 과일을 즐기는 등 적정 체중 유지에 힘써야 한다.

 다음은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많이 웃는 것은 평범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다. 적당한 운동, 음악 등 취미활동 역시 면역력을 높인다. 하지만 팔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테니스나 스키는 주의해야 한다.

 유방암 절제수술 뒤 팔이 붓는 경우가 많다. 림프선이 잘려 림프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기 때문. 따라서 스트레칭, 기체조, 요가 등 혈액·림프순환을 도와주는 운동을 하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할 수 있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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