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달라졌어요!] <중> 대사증후군과 남성호르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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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호르몬 감소는 왜=나이가 들면 왜 남성호르몬이 떨어질까.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는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으로 이어지는 남성호르몬 생성 명령체계가 약화된다는 것.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뇌에서 이를 인식, 하부기관에 호르몬 생성을 명령하는데, 조직이 느슨해지니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혈액 내 남성호르몬을 감시하는 뇌하수체의 예민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해도 아직 충분히 있다고 인식해 보고를 게을리한다.

 노화로 인한 총 테스토스테론치는 55~60세에 눈에 띄게 나타나고, 75세엔 30세의 60% 정도에 머문다.

 뱃살 또한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주범. 첫째는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랩틴이라는 호르몬이다. 둘째는 지방에서 분리된 자유지방산. 특히 자유지방산은 인슐린의 기능을 떨어뜨려(인슐린 저항성) 고인슐린 혈증을 유발한다.

에너지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할 인슐린이 기능을 하지 못해 혈액 속을 떠돌아다니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코티솔이라고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같은 역할을 해 남성호르몬 부족을 부추긴다.

 ◆대사증후군의 불쏘시개=같은 양의 식사, 같은 운동량에도 젊은 사람과 중년의 뱃살은 다르다. 소위 ‘나잇살’은 왜 생겨 중년을 곤혹스럽게 할까.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체내 신진대사가 크게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남는 지방이 체지방이 되고, 체지방이 다시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죽음의 오중주인 대사증후군이 시작되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대사증후군을 가진 성인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결핍을 의심할 정도로 남성호르몬과 대사증후군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58세의 2형 당뇨환자 355명을 대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를 조사해 본 결과 51%의 남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정상범위인 12nmol/ℓ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질수록 허리 둘레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남성호르몬은 체내 지질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성호르몬이 정상을 밑도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중성지방이 1.5배 높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치는 1.2배 낮다는 것.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노화는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치료할 수 없는 만성질환.
따라서 남성호르몬을 유지하려면 뱃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라는 것이다. 고칼로리·고지방식을 섬유질이 풍부한 전통식으로 바꾸고,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영양소는 없고, 고칼로리인 술을 줄이고, 체지방 축적을 돕는 흡연을 삼가는 것도 중요한 행동수칙 중 하나다.

 그럼에도 남성호르몬이 정상치를 밑돈다면 보충요법이 최선이다.

 122명의 성선기능저하증 환자를 대상으로 1년3개월간 남성호르몬(네비도를 3개월에 1회 주사)을 투입한 결과, 평균 112.2㎝였던 허리 둘레가 1년 후엔 105㎝로 줄었다. 또 당뇨조절 지표인 HbA1C가 최초 6.1%에서 1년 뒤엔 5.5%로 낮아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성선기능저하증 환자에 대한 10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도 고무적이다. 대사증후군 기준에 걸쳐 있던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10㎎/㎗ 상승해 50㎎/㎗이 됐고, 혈압 또한 수축기 140㎜Hg에서 135 미만으로 떨어졌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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