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이혼했다고 나라 안 돌아갈 이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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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CSA의 롤랑 캐롤 소장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인들은 사적인 부분과 공적인 부분을 구별할 줄 안다"며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대통령이 이혼했다고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동정 여론이 컸다. 한 일간지에는 자신을 좌파 지지자로 밝힌 대학생이 "이혼이라는 건 개인에게는 큰 고통이다. 사르코지가 고통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격려하는 내용이 실렸다.

이렇듯 프랑스에서 정치인의 사생활은 '금기'의 영역이다. 금기의 영역을 건드리는 건 '신사답지 못한' 행동으로 간주돼 큰 비난을 받는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테랑이 혼외 정사를 통해 낳은 숨겨둔 딸이 있다는 보도가 그의 딸 마자린 팽조의 사진과 함께 시사잡지 파리마치에 대서특필됐을 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통령의 불륜이 비난의 대상이었겠지만 프랑스에서는 파리마치만 '저질 언론'이라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단체와의 싸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르코지가 이혼으로 오히려 힘을 얻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18일의 대대적 파업에 대한 보도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럼에도 퍼스트 레이디 없는 5년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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