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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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北韓이 美國과의 합의에서「核무기 불사용및 불위협 보장」을 전제로「韓半島 非核化공동선언 이행 용의」를 표명함으로써 교착국면에 빠진 南北관계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다.
이번 北-美회담에서 美國은「현재.미래核」 동결에 주안점을 두고「과거核」은 한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미루는 태도를보였다. 美國이 北-美합의문 3항에 비핵화선언 이행을,4항에 핵확산금지조약(NPT)잔류및 안전협정 이행을 포함시킨 것도 그때문이다.
北-美합의문에서 북측이『비핵화선언을 이행할 일관된 용의를 표명하였다』고 명시한 대목은 비핵화선언이 9월23일의 北-美회담이전에 이행돼야 할 선행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는 일단 비핵화선언의 이행을 위해 南北상호사찰을 위한 核통제공동위원회의 재가동을 추진하겠지만 그 재개는 南北관계 전반의 진전에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우리가 北-美간 합의사항인 경수로 지원및 대체에너지 제공에 참여하게 됨으로 北도 非核化선언에 소극적으로 임할수 만은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北韓이 비핵화선언 이행에 얼마나 성실하게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비핵화선언이 어떻게 이행될지는 이 선언과 핵통제위원회의 과거를 더듬어보는데서 시사점을 얻을수 있다.
91년12월 채택된 非核化선언은 이듬해 2월19일의 6차 고위급회담(平壤)에서 南北기본합의서와 함께 발효됐다.
非核化의 실천의지를 담은 1~3항은▲核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 금지의 非核 8원칙▲核에너지의 평화적 이용▲核재처리시설및 우라늄농축시설 보유금지등이고,4항은「상호사찰」을 규정하고 있다.
재처리시설 문제는 北-美가 방사화학실험실 봉인에 합의함으로써일단락된 것으로 볼수 있지만 상호사찰 문제는 여러 장애물이 부설된 첩첩산중의 산길을걷게 될 것같다.
非核化선언 합의때 우리측은 IAEA의 핵사찰 미흡에 대비해,北측은 美軍기지 사찰을 위해 상호사찰에 동의했다.
상호사찰은 북한의「과거 核물질의 전용」을 확인할수 있고 核무기 보유도 캘수 있는 수단이어서 앞으로 초미의 관심사로 남게 됐다. 92년3월19일 1차회의 이래 南北韓은 核통위 본회의 13차례,위원접촉 8차례를 가졌으나 지루한 입씨름끝에 단 한차례도 상호사찰을 해보지 못했다.
核통위가 재개되더라도 입씨름이 여전할 가능성이 높다.
核통위에서 南北의 입장차이는 세가지로 좁혀진다.
첫째,「이행합의서」채택 여부다.
北측은 실천대책을 담은「이행합의서」가 필요하다며「사찰규정」은그 부록으로 일괄채택하자고 주장했다.
우리측은 북측이 「非核地帶化」논리에서 핵우산금지,팀스피리트훈련 영구중지등에 집착을 보인다고 보고 非核化선언 1~3항이 집행적 성격을 갖는 만큼 별도의 이행합의서는 필요없다는 입장이었다. 둘째,「상호주의」원칙 채택 여부다.
우리측은 상호同數원칙에 의거한 대칭사찰을,北측은 의심동시해소원칙에 따른 비대칭사찰을 주장했다.
북한에선 寧邊 한곳만 사찰하고 남한에선 美軍기지 전체를 동시사찰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우리측은 寧邊뿐 아니라 平山.博川.順川.泰川등과 핵기폭장치.
발사수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군사기지등도 감안해 상호동수원칙에 따라 양측의 사찰허용 숫자를 같게 정하자는 입장을 폈다.
셋째,「특별사찰」채택 여부다.
南은「임의의 시점에서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의심나는 곳을 지정해 24시간 전에 상대측에 통보한후 사찰」하는 특별사찰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核주기활동에 따른 정기사찰만으로는 핵무기.폭발장치,그리고 핵시설및 핵물질등의 은닉.은폐를 막을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北측은 특별사찰방식이「상대방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을 사찰하기로 한 합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폈다.
核통위가 재개되면 이들 쟁점이 다시 불거져나올 것이고 쉽사리타개되기도 어려워 갈길은 여전히 멀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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