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타결 남북한.美의 입장-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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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北韓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합의를 美國과 이룬 것은 金日成사후국내외 현안을 對美관계개선으로 풀려는 의지로 분석된다.北韓은 舊蘇聯.東歐圈의 붕괴를 목격하면서 남북관계와 北-日관계 개선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했으나 92년말까지 자신이 원하던 상황으로진전되지 않자 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라는 비상처방으로 對美관계에 집착을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은 1년반만에 核게임을 정치회담으로 끌어가려는 전략에서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이로써 북한은 金正日정권이 본격 가동되기 전에 산적한 현안들을 풀수 있는 돌파구를 열게 됐다.
金日成사망후 한달이 지나도록 金正日의 당총비서.국가주석 추대절차를 밟지않아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번 합의가 이뤄져 北韓이 자신의 정치일정을 밟아 나가는데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金正日은 정권의 안정성을 위해 실타래같이 엉켜있는 국내외 현안들을 對美관계개선을 통해 풀려는 입장이었다.
NPT탈퇴로 시작된 北韓의 核게임이 金正日주도하에 진행된 것이 분명한만큼 그는 對美정책의 성공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며여러 정책들을 새롭게 조율할수 있게 됐다.
사실 이번 北-美회담에서 姜錫柱외교부 제1부부장은 과거의 단골메뉴였던▲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한미 합동군사훈련 영구중단등은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협상이 실무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金正日이 對美관계의 개선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金正日정권은 경제난 극복이 시급한 과제이고 이를 위해선 대외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만큼 이번 北-美합의를 정책전환의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北韓은 지난해 12월 3차 7개년 경제계획의 실패를 시인하고94년부터 3년간 완충기를 설정해 농업.경공업.무역제일주의 방침을 적극 실천하기로 공포하는 한편 羅津.先鋒자유경제무역지대를시발점으로 대외경제개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대외관계의 개선없이는 달성되기 힘들고 역시 對美관계의 개선이 중요한 고리였다.
북한은 경제난의 근본요인의 하나인 전력난을 해소하는데도 對美협상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북한은 對美관계개선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함으로써 對日관계 정상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金正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주석에 추대되는 날 金日成의 전례에 따라「시정연설」을 하게 될 것이고 이 연설에서 정책전환을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권력기구의 일부조정과 인사개편문제만 마무리되면 곧 金正日정권의 출범을 알리는 정치일정,즉 당총비서.국가주석 추대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다.金正日정권이 정책의 청사진을 내보일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對南정책에 큰 변화를 보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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