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 재편 얘기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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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국방부엔 비상이 걸렸다. 미 국방부가 태평양사령부의 지휘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면서 한미연합사까지 재편한다는 워싱턴 타임스 보도 때문이다.

보도 기자는 30년 동안 미국 군사문제를 다뤄온 전문가였다. 국방부는 미 2사단 재배치 계획에 이어 연합사의 평택 이전이 결정된 지 한달도 안 돼 나온 이 보도가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국방부 실무자의 확인작업이 이어졌다. 그리고 국방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워싱턴의 고위 군사소식통도 3일(현지시간) "연구 차원에서 논의된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 태평양사령부의 재편론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배경에 촉각을 세우는 눈치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간에 연합사의 지휘를 태평양사령부가 맡는 방안을 협의한 적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이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태평양사령부 재편론이 나오는 것은 미국 내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피터 슈메이커 미 육군총장이 지난달 28일 의회 증언에서 미 육군의 미래 방향에 대해 언급한 데다 4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이 군 개편방안에 관한 기고를 했다. 미국이 2단계 군사재편 방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조짐들이다.

다른 하나는 태평양사령부의 복잡한 지휘 체계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30만명의 병력을 거느리면서 태평양.인도양.북부 아프리카까지를 작전 반경에 둔 태평양사령부는 냉전형 군의 대명사였다. 그래서 9.11 테러 이후의 새 안보환경에 발맞춰 중층 구조의 지휘체계를 고치지 않으면 기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미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해왔다. 그런 점에서 한미연합사의 사령관 직을 없애고, 이 부대를 새로 신설하는 태평양사령부 육군대장이 지휘하는 동시에 주한미군을 기동타격대로 운용하는 계획은 군의 기동화.첨단화.경량화를 축으로 하는 럼즈펠드 독트린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라 향후 10년 내에 평택 쪽에 한미연합사(대장), 미 8군(중장), 미 2사단(소장)이 함께 주둔하게 되는 것도 재편론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평택에 고위급 장성이 중복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연합사의 구조개편이 당장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왜냐하면 전시작전지휘권을 한국군에 이양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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