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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종합병원 외과수련의 신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신은경이라는 배우가 있다.그녀는 최근 어떤 화장품 광고에서 전통적인 여성상에 토마토를 던지고 킬킬거리면서 면도를 하는 파격적 이미지로 새롭게 떠올랐다.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에서 분명한 자기주장을 지닌 선머슴같은 농구팀의 주무로 나왔던 그녀는 최근 드라마 『종합병원』에선 단단한 주관과 근기(根氣)있는 추진력을 갖춘 외과 수련의로신선한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확고한 스타덤에 올 라섰다.
가부장제적 질서와 과도기의 급류를 조심스레 건너가던 최진실과달리 신은경은 가부장제와 깨끗이 갈라선 다음 신세대적 개성주의가 새시대의 굵은 물줄기라고 당차게 선언한다.그녀는 불안을 지우려는 고혹적인 미소로 위장하지 않으며 깨소금맛 웃음과 시원스런 펀치를 날려댄다.신은경은 내면으로부터 샘솟듯 우러나는 매력의 소유자며 그 매력은 신세대다운 개성과 페미니스틱한 건강한 개성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요즘 여성들이 신은경처럼 되고싶은 바람을 지니며 그녀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냄과 동시에 앞서 나간 모습에 대해 가늘게 실눈을 뜨면서 지켜본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이미지중엔 선머슴 같거나 여성다운 매력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그녀는 남자도 하기 어려운 영역에 도전한다든지 말랑말랑해 보이는 남자들에게 「짜식」이라고 말하며 어퍼컷을 날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기는 많은 사람들 생각처럼 사내같아 보이는 중성적 이미지 때문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자기표현적인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요즘 여성들중 신세대건 미시족이건 아니면 그저 아줌마건간에 순종적인 여성상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되고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요즘 여성들이 바라는 바다.그러나 사회는 새로운 여성이 차지할 자리를 적은 숫자로 제한함으로써 여전히 순종적인 여성상을 강요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다슬이(심은하 분)의 이미지를 가슴속에 걸어둔 채 신은경의 이미지를 구석자리로 밀어놓는다.
이때문에 신은경의 이미지는 앞서 나가 있으면서 끊임없이 현재의 자리로 되돌아와 타협하려는 경향을 띤다.그녀는 짝사랑하는 동료남성에게 나도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눈물짓고,여자인 자신에게의혹의 시선을 보내는사회의 편견때문에 의기소침해진다.
왜냐하면 그녀의 이미지는 속시원한 단절과 머뭇거리는 토씨달기사이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기때문이다.
좀더 자신감있게 자신의 스타일을 밀고나갈 수는 없는걸까. 당당함과 씩씩함이 남자같은 여자라는 우회를 통해서가아니라 곧바로새로운 여성상으로 건강하게 제시될 수는 없는걸까.아니면 이같은군더더기는 그저 재미를 고려한 토씨일 뿐인가.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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