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대신 협동이 좋다-美미술계,듀오작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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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반 고흐등 일부 유명화가들은 그들의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광기나 독특한 개성,충동적인 행위,고독 등으로 미술사에서 더 높은평가를 받기도 한다.그만큼 예술에서는 개인의 세계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화단에서는 이런 예술세계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조각등 대형작품에서는 물론이고 회화분야에서도 예술가들간의 공동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4년 워싱턴의 허쉬혼미술관에서 열린「20세기의 예술공동작업展」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 현상은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면서 하나의 뚜렷한 경향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뉴욕의 인디펜던트 큐레이터스社는 지난 90년부터 2년동안 듀오예술가들의 작품 50점을 선정,『팀 스피리트』라는 이름으로 미국및 캐나다 순회전시회를 개최,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뉴욕의 소나벤드 갤러리의 디렉터인 안토니오 호멤은『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예술작품을 어떻게 공동으로 제작할 수 있느냐며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듀오작가가 워낙 흔하다보니그런 시각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한다.
조지 그로츠와 존 허트필드처럼 과거에도 공동작업을 벌였던 화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지금과 달리 혼자만의 작업을 원칙으로 하되 가끔 이벤트 삼아 공동작업을 벌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각 장르중에서도 연구성이 강조되는 분야,즉 환경.고고학.건축적 주제가 두드러지는 사진이나 조각.설치미술 분야에서 공동작업이 특히 활발하다.그러다보니 현재 미국 화단에서 각광받고 있는예술가들 중에는 본래 예술을 전공으로 하지 않았 던 사람들이 많다. 뉴턴 해리슨씨 부부의 경우가 그렇다.부인 헬렌은 UC샌디에이고의 부학장직을 제의받았을 정도로 능력있는 사회학자였다.
뉴턴은『인간생존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리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면서『서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다보면 표현이 깊어지게 된다』고 공동작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후 뉴턴은 江의 생태학적 실상.자연체계.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주제로 한 작품등으로 표현의 폭을 넓혀갔다.미국화단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이들 부부의 작품『개펄』은 사진과 지도.인공호수.도표까지 동원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 로 전달하고있다. ***환경문제도 취급 공동작업 경력이 20년째인 쌍둥이듀오예술가 마이크와 더그스탄형제도 둘이 함께 짜낸 아이디어로 최근들어 주가를 높이고 있는 케이스.이들은 각자의 영감을 놓고서로 비평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최대한 정제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고 설명 하고 있다.
지난 60,70년대 세계현대미술계를 주도하다가 다소 주춤해 있던 뉴욕의 레오 카스텔리화랑은 90년대들어 스탄형제를 비롯한젊은 듀오화가들의 작품전을 열어 옛날의 영향력을 되찾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박영덕화랑도 내년에 스탄형제의 작품전을 기획중인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제놓고 깊은 토론 미술전문가들도 듀오예술가들의 설명처럼 공동으로 예술활동을 펼칠 경우 혼자만의 예술활동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힘과 의미를 작품에 실을 수 있어 특히 전문성이 강조되는 장르등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鄭命鎭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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