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판정 '코트의 포청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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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바로 서야 경기가 산다'.

대한배구협회의 김건태(49)심판이사의 별명은 '배구 코트의 포청천'이다.

첨예한 승부가 걸린 국내경기 주심은 그의 몫이고, 국제무대에서도 그의 정확한 판정은 정평이 나 있다. 지난달 23일 국제배구연맹(FIVB)은 그를 다시 FIVB 국제심판으로 임명했다. 벌써 7년 연속이다. 당연히 아테네올림픽 때도 심판으로 선다.

▶FIVB 심판

전 세계 1천여명의 국제심판 중 FIVB 심판은 22명에 불과하다. 국제심판 중 올림픽.세계선수권.월드리그(그랑프리) 결선.월드컵에서 여덟번 주심을 맡아 '매우 좋음'(1백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아야 비로소 FIVB 심판 심사 대상에 오른다. 심사는 매 경기 심판감독관이 규칙 적용.영어부터 복장.외모까지 50여개 항목을 놓고 한다. 김심판의 지난해 평균 평점은 90점대 후반. 동료 FIVB 심판들도 혀를 내두른다.

▶운영의 묘

김심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융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철학은 권한 내에서 팬들이 원하는 쪽으로 운영의 묘를 살린다는 것이다. V-투어 인천대회 첫날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경기 1세트에서 후인정(현대캐피탈)의 터치아웃 때 그는 옐로카드를 뽑아들었다. 현대캐피탈은 편파판정이라며 대회 보이콧 운운했다. 그는 "터치아웃을 확인했는데 갑자기 김호철 감독이 욕을 했다.

김감독을 퇴장시킬까 생각했지만, 그의 복귀로 배구의 인기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주장인 후인정을 불러 '감독 경고'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감독과 현대캐피탈은 나중에 김심판에게 사과했다)

▶후진 양성

국제심판 정년은 55세. 그도 6년 뒤면 은퇴해야 한다. 국제배구계에서 FIVB 심판 유무가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최근 국내 첫 여자 국제심판이 된 정말순 심판과 국제심판 후보가 된 강주희 전 여자대표 선수는 김심판이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다. 김심판은 "최근 FIVB가 여자 심판의 비중을 크게 하고 있다"며 "이들을 훌륭한 심판으로 길러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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