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赤회담 재개 제의배경 납북자송환 적극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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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姜英勳 대한적십자사총재가 12일 이산가족 재회를 위해 총재나부총재급의 무조건 회동을 제의한 것은 납북자 송환에 적극 나서고 이산가족교류를 재개하며 장기적으론 중단된 남북간의 대화에 몰꼬를 트기 위한 것이다.
남북적십자회담은 71년8월부터 23년동안 1백여차례 회담을 했으나 85년 한차례씩 고향방문단을 교환한 후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92년8월 판문점에서 노부모와 예술단 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한 이후에는 북측의 거부로 대화조차 중단되고있다. 92년9월 교류협력을 위한 부속합의서를 채택해 적십자단체들에 실천이 위임됐지만 북측은 계속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姜총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적십자 총재나 부총재가 板門店에서 무조건 만나자는 제안을 내놨다.
姜총재는 지난5월9일 세계적십자의 날에도 대화재개를 촉구했지만 북측은 즉각 거부했다.
이날 제의에서 姜총재가 특히 강조한 것은 高相文씨등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납북자들을 송환하라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0일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납북자 가족들의 탄원서등을 국제적십자위원회 동아시아대표부에 보내 국제적인 송환 노력을 호소했다.
적십자사가 이제까지 침묵을 지켜온 납북자 송환문제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국제사면위원회의 폭로 이후 비등한 국내외여론을 고려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9일 李洪九부총리는 국회 답변에서『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지금 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강경여론을 타고 對北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다는감을 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다른 남북대화에서도 이산가족이나 인권문제는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연일 高相文.兪成根씨등 국제사면위원회가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돼 있다고 밝힌 사람들을 대남방송에 내세워「의거 입북」이라고 증언케 하고 있다.
더구나 국제사면위원회의 폭로로 국제적인 궁지에 몰리자 김인서.함세환씨등 비전향장기수 송환을 다시 촉구하며 맞불까지 지르고있다. 이런 북측의 태도로 보아 北韓이 姜총리의 적십자회담 재개에 응할지는 극히 의문이다.
북한은 더구나 남쪽에서 진행중인 조문파동과 主思派학생들의 검거를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북한이 남쪽의 제의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北韓이 美國과의 3단계 회담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를 원한다면 대화제의에 호응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 경우 정부는 이산가족등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南北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北韓이 高씨등의 납북주장을 반박하면서도 咸씨등 미전향 장기수들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십자회담에 호응하며 일괄타결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적십자 총재회담제의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金日成사후 北韓의 對南태도를 측정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반응이 주목된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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