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휴대전화 칠레 시장 놓칠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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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의 국내 비준이 늦어지는 동안 칠레시장에서 한국제품의 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KOTRA는 4일 칠레자동차협회 자료를 분석, 한국산 자동차의 지난해 점유율이 2002년(20.5%)보다 떨어진 18.8%에 그쳤다고 밝혔다.

2002년 11월 칠레와 자동차 무관세 협정을 맺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 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26.7%에서 34.1%로 7%포인트 이상 늘었다.

FTA 체결에 따라 관세(7%)를 물지 않는 만큼 판매 마진이 올라가니까 현지 판매상들이 이들의 물건을 적극적으로 판 것이다.

또 도요타 등 일본 업체도 간접적으로 덕을 봤다. 브라질 등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무관세로 칠레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일본차 점유율도 21.6%에서 23.5%로 높아졌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칠레의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한국산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휴대전화는 2억5천8백만달러어치가 팔려 2002년보다 12.3%나 늘었지만, 이중 한국산은 2천4백40만달러어치가 수입돼 2002년보다 20% 이상 줄었다. 시장 점유율도 13.4%에서 9.5%로 떨어졌다. 반면 칠레와 FTA를 맺은 멕시코는 2002년 21%대에서 36%대로 점유율을 높였다.

또 지난해부터 FTA가 발효된 EU회원국들도 칠레 휴대전화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 독일은 진출 첫해인 지난해 3.6%, 프랑스는 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KOTRA 엄성필 해외조사팀장은 "한국산 제품이 우수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무관세로 수입되는 다른 나라 제품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며 "FTA 체결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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