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형석 600게임 연속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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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랫동안 선수로 뛸 수 있도록 해라.』 지난 5월1일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뮤니시펄구장을 찾은 은퇴한 대투수 놀런 라이언은 이제 막 프로야구에 발을 내디딘 朴贊浩에게『영원히 기억되는선수가 되라』고 충고했다.
「텍사스 특급」 라이언은 46세까지 현역으로 뛰면서 일곱차례의 노히트노런,통산최다탈삼진(5천7백14개)등 수많은 기록을 세워「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같은 화려한 기록보다 27년간이나 현역으로 뛰었다는 점』이라며 朴에게 꾸준한 자기관리를 강조해 감명을 줬었다.
태평양 鄭明源이 9일 94프로야구 종반의 페넌트레이스에서 시즌 최다세이브 신기록(32개)을 세우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 시간,프로야구에는 또하나의 신기록이 조용히 잉태되고 있었다. 연속경기출장기록.
다른 기록들에 비해 화려하지도 않고 연봉인상이나 보너스등 실속도 기대하기 어려운 이 기록이 OB 金亨錫에 의해 야금야금 깨어지고 있었다.
이날로 金은 6백경기에 출장,지난87년 金仁植(MBC)이 세운 6백6경기 연속출장기록에 6게임차로 다가섰다.따라서 태풍으로 경기가 연기되지만 않는다면 김형석은 오는 17일 잠실에서 새기록을 세우게 된다.金은 89년 9월24일 태평 양과의 연속경기부터 개근을 시작,프로야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나가고 있다. 프로야구의 본고장 미국도 지난 2일 유격수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가 2천경기 출장을 돌파,지난 39년 루게릭(뉴욕 양키스)이 세운 2천1백30게임 연속출장기록이 내년안에 깨질 전망이다.
이웃 일본은 87년 히로시마 카프스의 내야수 기누가사가 기록한 2천2백15게임 연속출장이 최다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연속경기출장기록을 로저 매리스의 시즌최다홈런(61개)이나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등 대기록과 나란히 취급하고 있다.
개근상보다 우등상을 높이 평가하는 우리네 풍토에선 언제쯤이나대접받게 될는지-.
〈權五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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