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구의특허교실>1.특허의 중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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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현대사회에서 특허와 상표와 같은 산업재산권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기술개발과 산업재산권 없이는 가열화되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조차 힘든 추세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져야 할 인식과 태세등 특허에 대한 얘기를 安光구 특허청장의 기고로 주 1회 게재한다.
[편집자註] 한 유망중소기업이 지난 88년9월 4명의 석.박사급 연구원과 5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자파방지용 영상표시기의 개발에 착수했다.다소 무리한 투자다 싶었지만 워낙 유망한 품목이고,그래서 2년동안 밤낮으로 매달린 결과 다행히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허를 출원하는 과정에서 이 제품이 이미 오래전에 日本 NEC社에 의해 특허등록이 된 제품이며 따라서 제품개발이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같은 사례는 중소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인 S전기도 지난 90년부터 1년동안 엄청난 연구비용과인력을 들여 TV 고압발생회로 제품을 개발했으나 이미 美.日에특허가 나 있어 생산착수는 커녕 연구비만 날리는 결과를 빚었다.더구나 이 특허내용은 개발착수 이전에 이미 공보책자나 CD-ROM등 각종 자료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중소기업이야 정보부족으로 그렇다 치더라도 대기업까지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국내기업들의 특허에 관한 인식이나 준비가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우리의 현주소다.
지난해 12월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우루과이라운드(UR)의 경우 우리는 이를 농산물 개방 문제로만 보고 있지만 정작 이 협정의 서문에는「지적재산권의 유효 적절한 보호를 촉진하고 지적재산권 시행을 위한 제수단과 절차가 정당한 무역에 대한장벽이 되지 않도록…」이란 내용이 들어있다.
새로 재편될 세계무역질서에서 특허등 지적재산권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지적재산권을 통해 또다른 이니셔티브를 쥐려는 선진국들의 야심은 올해초 있었던 日進다이아몬드 사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日進이 개발한 인조다이아몬드제조기술을 두고 美國의 GE社는 지적재산권상의「영업비밀」(Trade Secret)을 침해했다며美國법원에 제소,日進의 생산을 중단하도록 한 사건인데,日進측은「영업비밀」이란 단어의 개념조차 몰랐다고 한다.
특허나 상표처럼 정부기관등에 공식적으로 등록되거나 공개된 것도 아닌 「영업비밀」,다시말해 뭔지도 잘 모르는 「권리」라는 것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재가 이뤄지고 손해 배상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리 체력이나 기술이 뛰어난 운동선수라도 게임의 룰을 모르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마찬가지로 아무리 기술개발을 잘하고 탄탄한 기업이라해도 국제경제의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는 산업.
지적재산권 문제를 모르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 다.특허는 이제 더이상 흥미의 대상이 아니며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42년생▲서울대법대.미 뉴욕대졸▲행정고시(1회)▲상공부 산업정책국장.기획관리실장.제2차관보▲특허청장(93.3~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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