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보스니아내전 군사개입이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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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보스니아 內戰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이에 대해 외부 세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는 보스니아 영토의 절반 가까이를 떼어주겠다는 최근의 국제평화안을 거부했다.그들은 협상테이블에서 제안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땅을 군사력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들은 제재 조치를 강화하려는 외부 세계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한달전까지만 해도「접촉그룹」(美國.英國.프랑스.獨逸.러시아)국가들은 새로운 평화안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보스니아 영토를 세르비아系와 회교-크로아티아 系로 비슷하게 양분하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그러나 그 계획이 세르비아계에의해 거부되면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접촉그룹」의 공동성명에는 세르비아계와 싸우는 회교계에 대해국제사회가 무기 禁輸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내키지 않는 내용도들어 있었다.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영국.프랑스,그리고 러시아가 그같은 제안에 극구 반대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영국과 프랑스는 그러한 조치가내전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이유로,또 러시아는 세르비아계와의 역사적 유대관계 때문에 각각 반대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이 더욱 확대될 경우 유엔 평화유지군에서자기네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다.다시 말해 유엔의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 사업인 평화유지활동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보스니아 유엔 평화유지군의 역할에 대한 신뢰성 이 흔들리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5년전만 해도 우리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새로운 국제질서를가져올 것이라는 짜릿한 낙관론을 가졌었다.걸프전은 새롭게 힘을얻은 유엔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화려한 서막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그것은 행실이 나쁜 국가에 국제사회가「 간섭할 권리」를갖는다는 믿음을 낳았다.이에 따라 유엔은 평화유지 활동을 확대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참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일찍이 가졌던 희망도 사그라졌다.
내전은 지구촌 곳곳에서 유엔과 국제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큰 규모로 발생했다.소말리아.보스니아.캄보디아.아이티.르완다에서는 대학살의 소식이 끝없이 전해지고 있다.이러한 고통과 사악함을 중단시키지 못하는 유엔과 미국,유럽연합( EU)에 대한 원성의 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
「간섭할 권리」를 내세운다고 해서 내전 당사자들 스스로 평화를 만들기 전에 내전을 중단시킬 방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南阿共에서는 백인들이 가장 손해가 덜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했다.이스라엘이 팔레스 타인해방기구(PLO)와 평화협정을 맺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외부의 압력과 설득이 도움은 되겠지만 평화는 결국 내부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유럽연합이 2년전 최소한의 무력개입만 단행했더라도 舊유고슬라비아에서의 전쟁은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뿐 더 악화됐을 가능성은 없겠는가.
대답은 자명하다.전쟁 당사자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비록 실수를 하더라도 그들만이 영구적인 평화의 조건을 알고 있다는 것,그리고 외부로부터의 대규모 군사개입이 평화를 가져오는열쇠라고 믿을만한 논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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