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日의 규제 폐지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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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다한「규제」의 완화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日경제계의 강한 요청이 자민-사회-사키가케 3당 연립정권의 탄생으로 무시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금 일본 경제계 전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은 무서운「가격파괴」의 흐름이다.엔강세가 진행되어 마침내 1달러당 97엔이라는 사상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엔화 표시 수입가격은 전년동월비 10%이상 내려 국내시장의 판매경쟁을 강하게 자극,「 가격파괴」를가속화시키고 있다.
어느 업종에서도 이러한「가격파괴」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뿐아니라 판매경쟁의 격화에 따라 업종,경영규모에 관계없이 철저한경영합리화로 코스트를 대폭 인하할 수 없는 기업은 자연도태될 것이라는 인식이 日 경제계 전체에 팽배해있다.
하타 쓰토무(羽田孜)前정권이 공공요금인상 연내동결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했을 때 대부분의 경제인들은 정부가 스스로 무거운 부담을 짐으로써 민간기업이 직면해있는 철저한「가격파괴」에 대한 대응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다.그 러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정권 탄생과 함께 이러한 기대는 일시에 소멸돼「가격파괴」에 대한 대응노력을 모두 민간측이 부담해야할 것이란 낙담으로 변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냉전종결과 함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제도의 개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정책으로서▲국영기업의 민영화▲규제의 완화 또는 폐지▲국내시장의 개방에 의한 자유무역체제 확립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일본만은 이러한 세계전체의 변화를 도외시하고 있는 듯하다.
호소카와.하타 양정권은 변화에 적응하는 첫 걸음으로 우선「정치개혁」을 달성하려했다.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를 없애려해도 모든것이 법률로 규정돼 있어「규제」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법률을 폐지해야 하는데 그 권한은 입법권을 장악한 국회에 있다.
따라서 규제의 존속을 이익으로 하는 세력을 누르는데는 국회의원과 그들이 만든 정당을 선거를 통해 모두 바꿀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선 60년이상 계속되어온「중선거구제」를 폐지하고「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라야마 정권 탄생으로 흐름은 역전되어 규제완화 또는폐지도 크게 연기되게 되었다.
물론 일본이 언제까지 세계의 대세와 관계없는「독자의 나라」를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이미 1달러당 1백엔의 벽을 넘는「엔강세」의 출현으로 일본경제에는 세계전체보다도 한층 격렬한「가격파탄」이 강요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엔강세에 의한 물가의 내외격차의 확대보다도 더욱 심각한 임금격차의 확대로 일본의 기업은 업종.규모에 관계없이 일제히 해외에 생산거점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이것은 일본경제의「공동화」가 놀랄 만큼 빨리 진행되어 결 과적으로 대량실업의 발생을 피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이처럼 어려운 상황에대응하는 주된 역할은 정치가 맡아야한다.
가령 엔강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日정부가 미국정부를 움직여 금융정책을 서로 조정,미국의 금리인상을 동시에 단행해야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수뇌간의 돈독한 신뢰관계를 빼놓을 수없다.미국이 일본에 기대하고있는 것은 철저한「규 제」완화 또는폐지,제도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일본의 국내시장을 전면적으로개방하는 노력을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형태로 나타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불충분하다고는 해도 호소카와 정권의 자세를 미국은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기대했는가를 자민.사회당 지도자들은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은 지금「규제」폐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내외의 대립으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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