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라크 북부 PKK 소탕" 군사행동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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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터키가 쿠르드족 반군 소탕을 위해 국경을 맞댄 이라크 북부 지역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터키와 미국 간의 외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BBC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15일 쿠르드 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국경 너머로 병력을 파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의회는 이번 주 안으로 표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터키의 이 같은 군사작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외교 마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는 세계 3대 유전지대인 이라크의 정정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배럴당 86달러 선을 넘었다.

◆터키의 선전포고=터키 정부가 의회의 승인을 요청한 것은 이라크 북부에 근거지를 둔 PKK의 자국에 대한 테러 공격이 갈수록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서 PKK의 습격으로 터키 병사 13명이 숨졌다. 피해가 잇따르자 쿠르드족을 소탕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졌으며 야당의 대정부 공세도 강도가 세졌다. 의회가 군사작전을 승인할 경우 터키군은 앞으로 1년간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군사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터키는 1997년까지 수만 명을 동원한 대규모 작전을 두 차례 벌인 것을 비롯해 84년 이후 쿠르드족 반군 소탕을 위해 20여 차례나 이라크 국경을 넘은 바 있다.

◆미국과 이라크는 반대=그러나 현재 미국과 이라크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터키 정부는 미국.이라크와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며 "터키 정부에 지역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쿠르드족 자치 지역은 이라크 내에서 비교적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터키군이 작전을 펼 경우 혼란이 가중하고 난민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미국은 터키가 대(對) 이라크 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아르메니아 학살 결의안 저지용=그러나 외신들은 터키.미국 간 외교 마찰이 터키 정부가 의회 승인을 요청하기 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데 주목한다.

BBC는 "최근 미 하원 외교위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발생한 아르메니아인 집단 살해사건을 터키 공화국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에 의한 '대량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며 "이 표결 이후 양국 간 긴장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가 쿠르드족 자치지역 공격카드를 미 하원 본회의 표결 저지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주 기자

☞◆쿠르드족=독립 국가 없이 터키 동부와 이라크 북부, 이란 서부, 시리아 등에 흩어져 사는 민족으로 전체 인구는 2700만~3700만 명.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에 동화되지 않고 분리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다. 터키의 일부 쿠르드족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결성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1984년 이후 터키군과 PKK 반군의 충돌로 약 3만7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쿠르드 충돌 관련 일지

-1984년 독립 주장하며 터키군에 대항해 무장 투쟁 시작

-1992년 터키, 이라크 북부에 2만 명 병력 투입 군사작전

-1995년 터키, 이라크 북부에 3만5000명 병력 투입 군사작전

-1999년 쿠르드 반군 리더 압둘라 오칼란 체포

-1999~2003년 휴전

-2004~2006년 무장 투쟁 재개, 무력 충돌.휴전 반복

-2007년 4월 이라크 국경지대서 터키군 8명 사망

-8월 터키 동부서 터키군 3명, 쿠르드 반군 8명 사망

-9월 이라크 국경지대서 충돌, 터키군 1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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