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어디로가나>5.금융개혁 개혁 왜 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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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월 들어 은행들은 재무부와 韓銀이 돈줄을 바짝 죄는 바람에단단히 「닦달」 받고 있다.덕분에 은행마다 금리를 불문하고 콜자금을 끌어다 支準 메우기에 혈안이 돼있고 덩달아 단기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다.통화당국자들은 은행이 상반기중 에 남는 돈을가계대출이나 유가증권 투자로 방만하게 굴린 점을 들어 『본때를보이겠다』고 공공연히 겁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당하는 은행 처지에서도 할 말은 많다.자금운용에 대한규제를 푼다는 것이 금융개혁의 중요한 과제였고,대기업들은 증자나 회사채등 직접금융으로 돈을 빌려가지 않는데 어쩌란 말이냐는얘기들이다.은행의 살 길이 소매금융에 있고 경 영은 안정적으로해야 한다 해서 가계대상의 수신과 대출을 늘렸다가 이제와서 매를 맞는 것도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최근의 이같은 소동은 금융개혁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많은 은행관계자들이 『수많은 개혁조치가 쏟아져 숨가쁠 지경이고 어느정도 성과도 있다고 보지만 때로는 어떤 것이 옳은 개혁방향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어떻게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수적이고 외부간섭에 길들어 수동적이기까지 한 은행은 구체적인「비전」제시 없이 주어진 「자율화.개방화」에 방향감각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게다가 자율에 맡긴다고 했다가 수시로되살아나는 「창구지도」가 혼란을 더하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금융실명제 실시와 함께 금리자유화.은행 인사자율화 등 일련의 금융자율화 시책에는 일단 높은 점수를 주는사람이 많다.인사.가격.자산운용의 자율화를 금융자율화의 3대 軸으로 본다면 두가지는 출발이 괜찮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한쪽으로는 열심히 풀어제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묶는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금융당국이 환매채 입찰을 통해 간접적인 통화관리 방식을 쓰겠다고 하면서 이른바 「지도금리」를내려보내 입찰아닌 입찰을 한다든지 걸핏하면 자금 담당임원을 불러 감놓아라,배 놓아라 간섭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게금융기관 자금담당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금융기관 의견수렴 안거쳐 최근 어정쩡하게 일단락된 금융기관 소유구조 문제만 해도 『금융기관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공감대만 있을 뿐 百人百色의 방법론이 정리되지 않는 실정이다.개혁이 금융기관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정부에만 맡겨진채일방통행으로 진행 되고 있다는 점에도 불만이 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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