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對이라크 禁輸조치-상징적 제재는 약효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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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엔 安保理는 두달에 한번씩 對이라크 제재조치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얼마전부턴가 이라크는 유엔이 부과한 무기통제 의무규정을 세심하게 준수하고 있다.그렇다면 내년봄께면 이라크는 석유禁輸 조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유엔이 정한 제재해제조건 자체가 그런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美國과 英國은 유엔이 정한 제재 해제조건을 사담 후세인이 충족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치 않고 있다.쿠르드族에 대한 탄압등을 예로 들면서 사담 후세인에 대한 처벌이 계속돼야 한다고 두나라는 주장하고 있다.미국과 영국은 자신 들이 정한 규정을 스스로 변경시키고 있는 셈이다.
처음 몇년동안은 유엔결의를 무시하는듯 했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지난해 11월부터 이라크는 유엔의 무기담당 사찰관들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그 결과 지금은 모든 化生放무기를 폐기하고 무기체계를 장기간 국제감시하에 두는 안보리 의 요구에 거의 접근하는 수준까지 왔다.
롤프 에퀘스 유엔사찰단장은 앞으로 수주 후면 이라크의 보유금지 무기가 완전폐기되고,올가을까지는 효율적인 감시체계가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최근 보고한바 있다.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앞으로 6개월후면 사찰단은 이라크가 안보리가 결의한 무기통제상의 모든 의무를 준수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되면 안보리는 對이라크 석유금수조치를 해제하는 것으로 결의안은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러시아.中國등 안보리의 다른 상임이사국들은 이라크와의교역 재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지난번 점검회의에서 이들 나라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주권과 국경인정을 석유금수조치의 해제조건으로 삼되 이라크가 보이고 있는 건설적 자세는 일단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그러나 미국은 영국과 함께 어떠한 진전도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담 후세인이 권좌에 머물러 있는한 경제제재가 지속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클린턴행정부는 미국 스스로 초안을 마련한 유엔결의안을 억지로 재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美행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이라크의 국내정치적 문제를 이라크의군사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한한다는 본질적 목표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문제를 혼동하는 처사다.
걸프전 종전후 유엔이 세운 주목표는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살상용 무기를 전면폐기하는 것이었다.이를 위해서는 이라크측에 협력할 만한 인세티브를 제공해야 한다.유엔의 제재는 작동에 필요한시간과 함께 명확하게 정의되고 제한된 목표를 가 질 때 성공할수 있다.한 정권이 혐오스럽다고 해서 모호하고,상징적인 제재를지속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제재의 의미와 효과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담 후세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한 그는 철혈독재자며 이웃에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그러나 미국이 그를 축출할만한 본격적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군사쿠데타가 일어난다 해서 압제가 종식 되지도않을 것이다.
민간의 반체제인사들은 분열돼 있다.쿠르드.수니.시트派로 갈라져 있는 종교적.지역적 분열은 터키나 시리아.이란의 개입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가장 현실적 정책은 억제에 맞춰져야 한다.이를 위한 최상의 도구는 유엔의 무기감시지,이미 할 일을거의 다했고,곧 의미를 잃게 될 경제제재를 무한정 연장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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