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어디로가나>4.산업정책-정부 무얼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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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이다.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정부는 세계 경제전쟁에 나서는 기업을 부모 모시듯 해야한다.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국내 산업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보호정책은 마약을 주는 것과 같다.』 朴雲緖 상공자원부 차관이 지난 6월4일 과천 종합청사에서 열린 경제부처 정책토론회에서 힘주어 한 말이다.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해서 화제가 됐었다.
산업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더구나 지금은 개방,국제화 추세가 가속화되는데다 세계무역기구(WTO)출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도 대비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신경제의 산업정책이 어떤 원칙아래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지를 자신있게 이야기하기 어려운것이 현실이다.산업정책이「큰틀」아래서 일관성있게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제계획을 보면 막연하게 기업의 자율과 창의성을 강조하고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수식어만 나열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정책이 어떤 모양으로 짜여지고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민정부의 산업정책은 지난해 출범 초기에는 공정거래제도를 강화해 이른바「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경기침체 장기화를 이유로 유보됐다.지금은 경기 상황이 호전되자 소유분산이 잘된 기업에 출자총액 규제를 완화해주자는등의 대기업 관련 정책이 재등장하는 추세다.
산업정책에 큰 틀이 없다보니 특정 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문제가 정치적 상황이나 국민정서에 따라 좌우되고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말썽이 많았던 이동통신 사업의 경우 정부가 사업자 선정을 全經聯에 맡기는 희한한 일이 생겼다.골치아픈일은안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중복투자를 막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새로 도입한 업종전문화제도는 어떤가.기업의 규모나 능력에 관계없이 2,3개의 주력업종을 선택토록 함으로써「하향 평준화」를 초래했고주력기업 76개 가운데 27.■%인 21개 기업 이 비제조업으로 선정되는등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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