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추락 방지 안전문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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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9시33분쯤 경기도 부천시 지하철 1호선 중동역. 인천행 지하철에서 내리던 회사원 鄭모(28.여)씨는 실수로 발을 헛디뎌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벌어진 틈에 빠졌다. 중동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16cm로 다른 역(9~15cm)에 비해 넓은 편이다.

미처 鄭씨를 발견하지 못한 기관사가 문을 닫고 열차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鄭씨는 틈이 더 넓은 전동차 객차와 객차 연결지점으로 밀려났다. 이를 본 승객들이 급히 열차를 두드려 기관사에게 알렸으나 鄭씨는 전동차가 멈출 때까지 가슴 부위까지 틈에 빠진 상태로 5m가량 끌려갔다. 곧바로 구조된 鄭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서울시내 지하철 8개 노선 2백67개 역사에서 일어나는 승객 사상 사고가 2000년 43건, 2001년과 2002년 각각 48건에서 지난해 85건으로 급증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이 같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추락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스크린 도어(안전문)'와 전동차.승강장 사이 간격을 좁혀주는 고무발판 등 승강장 안전시설을 대폭 확충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우선 1~4호선 중 이용 승객이 많은 2호선 12개 역에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스크린 도어가 시범 설치된다. 스크린 도어는 평소에는 닫혀 선로와 승강장을 차단하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면 열린다. 최근 늘어나는 자살과 안전사고 등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며, 지하철역의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공기의 질이 좋아진다. 설치 비용은 한개 역당 약 30억원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지상에 있는 강변역에는 높이 1.5m 가량의 난간형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며 신도림.영등포구청.합정.이대.을지로입구.을지로3가.삼성.선릉.강남.교대.사당역 등 11개 지하 역에는 승강장 바닥부터 천장까지 차단하는 완전 밀폐형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다.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승강장이 곡선 형태여서 승하차시 발이 빠지기 쉬운 1호선 서울역 등 1~4호선 37개 역에는 고무발판 2천9백60개와 주의 환기를 위한 바닥 안내문을 부착한다. 길이 2m, 너비 5~9cm인 이 고무발판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지하철공사 기술연구실 민경윤 팀장은 "스크린 도어는 지하철 승강장 추락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며 "시범 운영한 뒤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 전 노선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태민.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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