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척박한 교육환경 이겨낸 젊은 학자들의 도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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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02면

“최근 외국 대학에 진출하는 토종 박사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웠습니다. 국내 대학의 교육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훌륭한 학업을 이룬 젊은 학자들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학생에게 역할모델(Role Model)로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학생들이 이 기사를 많이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문득 떠오른 것은 지난 여름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교수 채용에 실패했다던 뉴스입니다. 40명이나 지원했는데 좋은 인재가 없어 뽑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상합니다. 외국 대학으로 초빙돼 가는 훌륭한 인재가 많은데, 왜 서울대는 좋은 인재를 뽑지 못했을까요. 인재들이 서울대보다 외국 대학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4, 5면 기사를 자세히 보면 의문은 풀립니다. 싱가포르 대학의 경우 국내 명문대학보다 4배나 많은 연구비를 준다고 합니다. 연구원 30명을 지원해 주고 연구비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군요. 미국 베일러 의대로 간 이수경 교수는 정착금 10억원을 따로 받았고, 올해 미 국립보건원이 연구비 10만 달러를 지원해 준다고 하네요.

두뇌 유출(Brain Drain)이 걱정되게 생겼습니다. 국내 우수 인력은 외국으로 진출하는데, 해외 우수 인력(혹은 해외에서 공부한 한국인)은 국내로 안 들어온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고급 두뇌는 말라버리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고 국내 우수 인력의 해외 진출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몇몇 국내 대학 교수들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도 우수 인력에 대해서는 좋은 대우를 해주어야 오지 않겠느냐”라고. 당연한 얘기라고 합니다.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대학사회의 평등주의’를 꼽더군요. 학문적 성취도와 무관하게 거의 일정한 대우를 받는 관행, 이를 당연시하는 고루한 정서, 그리고 이를 강요하는 각종 규제가 문제라고 합니다.

대부분 대학교수의 급여체계는 ‘말은 연봉제지만 인센티브가 미미해 사실상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라고 합니다. 대학이 갑자기 부자가 되지 않는 한 모든 교수의 급여를 올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대신 예산을 늘리지 않더라도 차등을 두어 훌륭한 연구자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해줄 수 있습니다. 연구실적이 부족하면 보수가 줄어들 수도 있겠죠. 민간 기업에선 이미 그런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이라고 합니다. 삼성에 다닌다고 다 월급을 많이 받지는 않습니다.

꼭 돈만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한 서울대 교수는 “국립대의 경우 교수가 완전히 공무원”이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서울대 교수는 ‘학기 중 14일 이상 외국에 나갈 수 없다’는 내규가 있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 시대착오적 조항입니다. 물론 사유를 적어내면 학교 측이 허가를 해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청을 하는 교수는 마음에 부담이 된다고 하네요.

교수는 지식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력입니다. 평등주의가 하루빨리 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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