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17.눈물겨운 외팔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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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주 듣는 얘기중 하나는「왼팔로만 친다는 기분으로 스윙하라」(오른손잡이 기준)다.다시말하면 양손으로클럽을 감싸쥐고 휘두르되 스윙은 왼팔이 주도하고 오른팔은 단지받쳐주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왼손만으로 골프를 한다면 훨씬 잘 할것으로 생각된다.그렇다면 한손으로만 골프를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스포츠는 원칙적으로 신체의 전부를 잘 활용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도록 되어있지만 특히 양손을 모두 써야만 하는 야구나골프등에서 한손만으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실제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외팔타자가 한때 명성을 날린적이 있었다.45년 명문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했던 피터 그레이가 주인공.
광산촌에서 태어나 6살때 교통사고로 외팔이가 된 그레이는 야구에 모든 것을 걸고 피나는 노력끝에 42년에 세미프로에 진출,왼팔 하나로 3년연속 3할대 타자로 명성을 떨쳐 대망의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됐다.불과 1년동안의 메 이저리그 생활이었지만 그는 77게임에 출전,타율 2할1푼8리(2백34타수51안타)에 13타점 26득점을 기록했다.
골프에선 아직 외팔이 프로가 없으나 한팔로만 라운딩한 공식대회의 기록은 1백23타와 1백14타로 나와있다.외팔로 라운딩한골퍼는 74년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렸던 탈라하시 오픈대회에 출전한 미국의 마이크 리저.
마이크 리저는 1,2라운드에서 73-71타를 기록,2백75타(73-68-63-71)로 2위를 차지한 조 인만과 2라운드까지 불과 3타 뒤진 좋은 성적으로 본선에 올랐으나 3,4라운드에서는 1백23타와 1백14타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한 것.
리저는 2라운드가 끝난후 승마를 즐기다 낙마를 하는 바람에 왼쪽 어깨와 갈비뼈를 다쳐 왼팔을 완전히 쓸 수 없게되었다.대부분의 골퍼들은 이런 경우 기권하는 것이 통례지만 리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리저는 남은 2라운드를 포기할 경우 한주후에 열리는 바이런 넬슨 클래식대회 예선의 면제혜택을 받을수 없기 때문. 결국 리저는 3라운드에 나섰으나 그의 첫티샷은 바로 여자티를 겨우 지나갔고 축늘어진 왼팔로 힘겹게 플레이해 갤러리들로부터 동정을 받기까지 했다.
5번 아이언과 퍼터만으로 3,4라운드를 마친 그는 3라운드 7번롱홀에서 10타를 기록했을뿐 다른 모든 홀에서는 더블파를 기록하지 않았다.또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3라운드보다 9타나 줄어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갤러리들로부터 뜨거운 격 려를 받았다. 〈林秉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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