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술 유출은 나라 팔아먹는 범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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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술 유출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휴대전화·생명공학 등 대상 분야도 넓다. 얼마 전 기아자동차 직원들이 쏘렌토 승용차 조립기술을 중국에 넘겼고, 포스데이타 연구원들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를 미국에 넘기려다 적발됐다. 중국에선 ‘짝퉁’ 제조뿐 아니라 우리 공장을 통째로 불법 복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기술력은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6월까지 해외 기술유출 적발 건수가 97건, 피해 예상액은 119조원에 달한다. 그나마 빙산의 일각이다. 수법이 은밀하고, 지능화되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외국 정부나 외국상사 주재원과 연계한 ‘기업형’ 기술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아예 기술인력을 빼가기도 한다.

피해를 막으려면 기업이 이중·삼중의 보안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포스코의 경우 단 2명의 연구원이 회사의 1급 기밀파일을 손쉽게 훔쳤다. 이런 허술한 관리로는 제2, 제3의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없다. 기술인력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히 대우하는 문제에도 기업은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술 유출은 나라를 팔아먹는 범죄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 기술 유출범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현행 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7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해외 기술 유출범을 ‘경제간첩’으로 간주해 15년 이하 징역으로 다스리고 있다. 검찰·경찰·국정원이 긴밀히 공조해 관련 수사를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