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러시아 시장경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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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러시아가 市場경제를 도입하는 길은 험난하다.
러시아 최대 투자사인 MMM의 파산은 러시아의 증권시장제도 미비와 이 틈을 타고 난립한 투자회사의 사기,자본주의에 익숙치않은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가 빚은「합작품」이다.
투자자들이 직접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투자회사의 주식을 사고 이 투자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기업 주식에 대신 투자해주는 MMM의 형태는 대공황 이전의 20년대 미국 증시와 유사하다.
미국에서도 한때 엄청난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모아 기업주식과 金.부동산에 투기를 벌이는 이런 원시적 형태의투자신탁회사가 성행하다 도산,큰 파문을 일으켰었다.이런 투자회사는 러시아 금융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틈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높은 배당금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투자회사를 제대로 알아보지도않고 투자하다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그래도 별다른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으며 사기를 당해도 구제받을 길이 막막하다. 예컨대 인디펜던트 오일社는 3개월만에 고배당을 약속하며70억루블,테크노인폼社는 15억루블을 모집한 뒤 각각 종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테크노 인폼의 경우 등록도 되지 않은 회사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감독체계의 헛점을 노출시켰다.
주식 거래만 해도 모스크바등 주요 도시 상품거래소의 한 독립기구가 담당하고 있으나 10여개 증권거래소를 제외한 그나마 다른 지역 거래소의 경우 장래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크게 사건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에도 제동이 걸리고 90년대들어 태동하는 러시아 증권시장에도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러시아의 증권시장 제도정비가 주목된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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